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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대이동"이라 불릴 만큼 우리가 가장 뜻깊게 생각하는 명절중 하나인
설 연휴도 끝났다.

고향과 친지들을 방문하면서 서로 따스한 덕담을 주고 받으며 가슴 한 편을
훈훈하게 채워 왔을 것이다.

이렇듯 설을 보내고 올해를 새롭게 시작함에 있어 한 번쯤 되돌아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는 실레노스라는 방탕한 아들이 있었다.

어느날 실레노스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다가 마이다스 왕국의 무서운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다.

이를 마이다스가 구해주었다.

디오니소스는 너무 고마워서 마이다스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마고
했다.

마이다스는 자기 손이 닿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게 만드는 손을
갖게 되었다.

그의 손이 닿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자 처음에는 마이다스도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음식이며 옷이며 딸까지 황금으로 변해버리자 황금을 만드는 자신의
손이 큰 불행임을 깨닫게 되었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새삼스럽게 되돌아 보아지는 것은 비단
이 이야기가 주는 단순한 교훈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흘러나오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건들이 대부분 돈과 연루되어 있다.

비자금, 전별금, 혼수, 뇌물 형제자매의 불신, 심지어 부부싸움까지...

이는 우리사회의 도덕적 가치에 대해 눈 가리고, 소위 속된 말로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오케이"라는 단순 논리가 사고방식 속에 만연해 있는
탓이리다.

도덕은 한 나라의 본질적인 사회 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황금이나 돈으로 따질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의 가치이상의 것이 도덕이다.

프랭클린은 "도덕이 빛을 잃으면 그때부터는 황금이 빛을 번쩍인다"고 했다.

남도 그러는데 혹은 나 혼자만 지킨다고 세상이 달라지겠는가?

나는 분명히 "그렇다"고 자신한다.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것은 마이다스의 황금 자체가 아니라
올바른 도덕에 근거한 우리들의 행동여하에 달린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