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지난 95년 개봉한 만화영화 "토이스토리"는 전세계에서
3억5천만달러의 흥행수입을 거둬들였다.

장난감들의 모험과 우정을 다룬 이 한 편으로 디지니는 제작비(3천만달러)
의 10배가 넘는 장사를 한 셈이다.

손익계산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캐릭터사업권 판매와 비디오게임 제작권까지 포함하면 디즈니의 수입곡선은
한없이 올라간다.

영화주인공 우디와 버즈를 본 딴 장난감이 불티나게 팔리고 스토리를
응용한 게임이 만들어진 것은 물론이다.

"토이스토리"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산업의 특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한국도 이렇게 달콤한 애니메이션 열매를 따 먹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는게 업계의 목소리다.

우리 창작물이 제대로 만들어지도록 뒷받침해 줄 주변산업이 성숙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 세계 3위 생산국의 허상 =외형적으로만 보면 국내 애니메이션업계의
실적은 화려하다.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만화영화 생산국이다.

97년 기준 세계 애니메이션시장의 규모는 7백36억달러로 추산된다.

이중 30% 가량이 우리 손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머리는 없고 손만 있다"는 한국 문화산업의 고질적 병폐가 애니메이션
에서도 되풀이 된다.

한국 만화영화업계는 97년 1억달러 수출을 돌파했다.

그러나 우리가 기획해서 만든 애니매이션은 거의 없다.

미국 유럽 일본 등지의 수요국들의 주문을 받아 그려낸 이른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방식)이 절대 다수다.

3천5백억-4천억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시장을 봐도 마찬가지다.

95%가 외국에서 수입된 만화영화들로 채워진다.

지난 한햇동안 우리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만화영화는 TV용이 80여편, 극장용
이 3편에 불과했다.

나머지 방영분 1천5백편 가량이 외국작품이다.

"독수리 오형제" "은하철도 999" 등은 우리가 그린 후 일본에서 역수입한
만화영화들이다.

자체적인 창작품 없이 남이 그려준 캐릭터에 색칠만 하는 후진적 생산방식
이지만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이게 통했다.

지금은 문제가 달라졌다.

인건비의 상승으로 하청주문은 이제 한국에서 중국 동남아 등지로 옮겨가고
있다.

선진국의 애니메이션 제작량 자체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그야말로 획기적인
타개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 높은 부가가치 =애니메이션은 21세기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의 하나이다.

아이디어와 기획력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굴뚝없는 공장"이다.

만화영화는 한번 흥행에 성공하면 제작비의 몇 곱절에 해당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게다가 문화상품의 특성인 "원 소스 멀티 유스"의 장점을 살려 출판만화,
영화, 연극, TV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변신해 가며 부가수익을 거둬들인다.

캐릭터산업 게임산업 등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도 크다.

미국 일본 등 애니메이션 선진국들은 단순히 극장에서 상영하여 관람료를
받거나 TV방송으로 광고수입을 얻기 위해 만화영화를 만들지는 않는다.

애니메이션의 후방시장 즉, 장난감이나 팬시용품 등에 만화의 등장인물들을
새겨넣는 식의 캐릭터산업이나 게임 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제작 전단계부터 치밀한 작전을 세운다.

특히 캐릭터시장은 보통 애니메이션시장의 10배로 보는게 세계적인 계산법
이다.

디즈니의 얼굴격인 "미키마우스"의 경우 캐릭터의 가치가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디즈니가 지난 97년 전세계 시장에서 벌어들인 캐릭터수입은 76억달러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디즈니가 장악하고 있다.

창작 애니메이션이 활발한 일본 정도가 25%선에서 디즈니를 방어하고 있는
형편이다.

애니메이션은 또 인터넷에 올려지는 각종 정보와 그림 등 콘텐츠로의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하고 게임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문화관광부가 21세기 문화산업의 요체로 꼽는 "새영상물"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에 따르면 만화영화에서 유발되는 파생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는 1천5백조원, 국내시장만해도 1조2천억원으로 추산된다.


<> 창작기반 조성이 시급하다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창작이 필수적이란 것은 이제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문제는 창작을 위한 기반조성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만화영화를 소비자에게 연결해 주는 유통채널과 배급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만화영화는 시청자 또는 관람객에게 보여질 때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TV방송의 협조가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이밖에 기획력의 부재, 막대한 제작비 마련의 어려움, 좋은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수 있는 신용대출과 금융 파이낸싱 시스템의 미비 등 해결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만화영화는 미래의 소비자인 어린이들에게 일찍부터 각국의 문화를 알리는
첨병노릇을 한다.

일본의 혼다 오토바이가 자존심강한 프랑스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배경도
이 나라 젊은이들이 어린시절부터 일본 만화영화에서 나오는 혼다 오토바이
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것이 단순히 돈만으로 따지기 힘든 문화산업의 가치다.

< 정리= 이영훈 기자 brian@ >

[ 대표집필 =안상혁 성균관대 영상학과 교수
도움말 주신분 =김석기 애니매이션제작자협회장,
최신묵 한신코퍼레이션 사장,
김혁 B29 대표,
황선길 애니매이션 아카데미 주임교수,
이희석 애니마떼끄 대표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