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개발한 디지털캐스트의 황정하(32) 사장.

그는 이 시장을 선점해 자사 제품을 그 분야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게
만든 "디지털 파이어니어"다.

자본금 4억원 규모의 회사를 2백만달러(약 24억원)에 세계적 업체에 매각,
큰 돈도 벌었다.

황 사장이 꼽는 가장 중요한 성공비결은 "새로운 가능성을 빠르게 포착한뒤
앞만 보고 달린 것".

"처음에는 MP3 플레이어를 개발하는데 대해 모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MP3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믿고 앞만 보고
달렸지요"

MP3 플레이어란 인터넷이나 PC통신에서 MP3파일 형태로 내려받은 음악을
메모리에 저장했다가 재생하는 미니카세트.

녹음테이프나 CD(콤팩트디스크) 없이도 음악을 들을수 있어 "제2의 워크맨"
으로 불린다.

MP3 파일을 내려받아 PC로 음악을 즐기는 일은 PC 마니아들 사이에 97년초
부터 널리 퍼져 있었다.

황 사장은 "이 파일을 담아 들고 다니면서 들을 수 있는 제품이 있다면
히트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MP3 플레이어를 만들어 워크맨을 대체하겠다는 꿈을 가진 것이다.

이같은 가능성을 황 사장 혼자만 발견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세계적인 음향기기 업체 몇곳도 MP3 플레이어 개발을 구상했다.

이들과 누가 먼저 제품을 내놓고 선두주자가 되느냐의 경쟁이 시작됐다.

디지털캐스트는 97년말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내놓았다.

그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황 사장은 "세계적인 대형업체들이 내부 문제에 걸려 개발을 주저하는
사이에 혼자 앞서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일본 소니가 기존 사업분야인 미니디스크플레이어나 음반시장 위축을 우려,
아이디어를 갖고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동안 디지털캐스트는 개발에 전념
했다.

판매가능성을 의심하는 주변의 우려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 제품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미국의 세계적인 그래픽카드업체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가 투자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 이
제의를 받아들였다.

대신 연구개발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여기서 나온 제품이 "리오".

리오는 지난해 11월이후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모두 20만대 가까이 팔렸고
현재 MP3 플레이어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PC 보급이 계속되는 한 시장은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올해는 일본업체도 시판에 나설 계획이어서 한바탕 격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황 사장은 "자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개발한 제품이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았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판매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개발에만 전념하고 있어 어떤 대형
업체보다 뛰어난 제품을 개발할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