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osj@moe.go.kr >


내가 어릴때 입춘이 다가오면 할아버지께서 대문에 "입춘대길" "개문만복래"
라고 써붙여 놓으셨던 것이 기억난다.

춘래불사춘이라.

입춘이 한참이나 지났지만 봄같지 않은 느낌을 감출수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얼음장 밑으로 시냇물이 졸졸 거리고 버들강아지의 가지에는 어느새 새눈이
터오르고 있으나 나의 마음엔 아직도 스산한 기운이 머물고 있다.

지난 한해 우리 교육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대학입학전형제도의 개선, 교원정년 조정, 교원노조법 제정, 교육비전
2002의 발표 등 굵직굵직한 정책은 과거 어느 정부도 해낼수 없었던
획기적인 일들이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이 발표되기까지 이견도 많았고 말할수 없는 고통을
참아야 했던 일도 있었다.

이제 인고의 진통끝에 마련된 기본틀 위에 새로운 교육문화가 학교현장에서
튼튼하게 뿌리 내리고 화사한 꽃을 피워 실팍한 열매를 맺을수 있도록 추진
하는 일만 남았다.

2002학년도부터 대입전형이 다양화됨에 따라 올 상반기부터 초.중등학교
수업현장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수업방법이 학생중심으로 바뀌고 활발한 토론 학습이 전개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년조정으로 침울해졌던 학교분위기는 "교직발전 종합대책"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새로운 활력으로 넘치게 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점에서 잊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어떤 경우에라도 교육의 본질이 무시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교육은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성 신장에 그 중점을 두어야 한다.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지 못한다면 교육의 절반을 포기한 것이다.

봄이다.

뒷산 양지쪽 어디엔가 지금쯤 할미꽃이 그 검붉은 꽃대를 드러내밀고 있을
게다.

올봄 새 학기에는 학교는 학교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낡은 관행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문화가 창조되기를 바라는 신입춘방을
붙이고 싶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