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의 내용은 그 시대의 경제및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거나 경기가 좋으면 고가품이 잘팔리고 나쁘면 값싼
제품에 고객이 몰리게 마련이다.

입맛의 변화도 선물문화를 바꾸는데 일조한다.

조미료의 대명사였던 미원브랜드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다이어트붐의
영향으로 설탕이 푸대접받는게 이를 말해준다.

우리민족이 설날에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이후였다.

생계유지가 급급했던 이전까지는 뇌물성을 제외하고는 계란꾸러미 고추
찹쌀 토종닭 돼지고기등 1차식품을 포장없이 친인척에게 선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배고픔을 면하는게 최대 과제였던 그 당시에는 선물이란 말자체가 사치
스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60년대들어 라면 설탕 조미료등 가공식품이 등장하면서 선물의
대중화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 당시에는 50개들이 라면 한박스, 제일제당이 내놓은 "그래뉼설탕"등이
고급품에 들어갔으며 세탁비누등은 대중적인 선물로 인기를 누렸다.

조미료제품의 양대산맥이었던 미원과 미풍간 판촉전이 불붙었던 것도
이때부터였다.

미풍을 생산하는 제일제당과 삼성그룹의 같은 계열사였던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건물 외부벽면에 "선물세트는 제일제당 설탕과 조미료"란 대형 현수막을
걸 정도였다.

70년대는 산업화와 함께 스타킹 양산 화장품 속옷 등 식생활과 무관한
경공업제품들이 새로운 인기선물로 등장했다.

부유한 일부 가정에서는 흑백TV도 오고갔다.

식품으로는 조미료세트가 대중적 선물로 자리를 잡았으며 동서식품의
맥스웰커피는 고급선물로 급부상했다.

우리경제의 고도성장기인 80년대는 백화점시대가 열리며 선물의 다변화
고급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시기다.

식품으로는 참치세트 정육세트등 고가품이 날개돋친듯 팔렸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삼 꿀 영지버섯등이 인기 품목으로
떠오른 것도 새로운 변화였다.

90년대는 그러나 선물의 거품이 빠지면서 실용적 제품에 관심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특히 97년말 IMF한파가 국내에 몰아치면서 복고붐과 함께 식용유세트 장류
등 과거의 인기제품이 또다시 부각되고 있다.

올들어 상품권발행에 대한 규제가 대부분 없어지면서 상품권 자체가 주요
선물로 등장한 것도 특기할만 하다.

백화점 제화점은 물론 제과점등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이에 가담, 그 세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또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인터넷을 통한 상품구매가 활성화되면서 선물
주고 받기의 새로운 패턴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