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효성의 이춘범 차장.

나이론 원사 국내영업팀을 이끌고 있는 그는 감원한파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해말 회사에서 무려 1천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세일즈맨으로서야 내수침체속에서도 시장점유율을 높였다거나 판매실적이
좋았다는게 성적의 기준일텐테 그게 아니다.

그의 공적은 "현금창출".

세일즈의 여신관행을 현금위주로 바꿔 놓았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현금장사를 잘했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해말 외상매출을 전년동기보다 1백64억원 줄였다.

평균 외상기일도 한달이상 단축시켰다.

이런 실적 덕에 이차장과 나일론 원사국내영업팀은 "체인지 리더"라는
호칭까지 얻었다.

말그대로 "혁신을 선도한 직원"으로 선정된 것이다.

효성은 지난해 25%의 인원을 잘라내고 4대 계열사를 하나로 합치는 대수술
을 단행했다.

그런 효성이 현금장사를 잘했다는 이유만으로 "체인지 리더"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여가며 거액의 상금을 준 이유가 뭘까.

"현금흐름"이 경영혁신의 필수 요소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기업의 생존기준은 덩치였다.

매출과 자산이 큰 기업은 살아남을 가능성도 높았다.

그러나 이제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우량기업의 잣대가 됐다.

그중에서도 현금흐름의 파워는 점점 세지고 있다.

현금흐름이라는 프리즘으로 봐야 기업의 진짜실력을 알수 있다는 시각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강해지고 있다.

일본 다이와 종합연구소의 애널리스트인 다나카씨는 "이익은 의견, 캐시플로
가 현실"이라며 "이미 주가도 주당순이익이 아니라 현금흐름을 근거로 형성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현금흐름이 좋을수록 기업가치가 높다는 사실이 입증된 상태.

투자자들이 현금흐름을 주요기준으로 삼는 이유도 이래서다.

현금흐름은 경영악화의 "조기경보등"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손익계산서상 아무리 이익이 높게 나타나도 현금흐름이 나쁘면 경영실적
악화를 예고하는 "빨간불"로 해석된다.

삼양사가 손익중심에서 대차대조표 관리체제로 전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익중심 경영은 고성장시대에 맞는 방식이었다.

매출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원가절감을 통해 경상이익을 끌어올리는게
손익중심 경영의 초점이었다.

그러나 저성장의 시대에는 수익성과 효율성이 포인트.

그래서 삼양사는 "생산과 판매라는 기업 본래의 활동을 통해 자본비용이상
의 현금을 얼마나 벌어들였느냐"를 볼수 있는 대차대조표 중심의 관리체제로
바꿨다.

현금이 들어오는 한도내에서만 지출하는 "양입지출제도"도 도입했다.

현금흐름의 동맥경화증을 예방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모든 조치는"현금흐름 경영"이란 올해 경영방침아래서 취해진 것이다.

김상응 삼양사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종전의 손익관리 중심체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업의 규모와 능력에 알맞게 투자와 비용관리를 동시에
추진하는 현금흐름 경영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선언했었다.

현대는 "자산매각을 통한 현금확보"(현대 강연재 재무담당 이사)에 올해
경영관리 포커스를 맞췄다.

부동산, 유가증권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매각, 올 한햇동안 총
15조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게 목표다.

불과 3~4년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의 부동산 소유는 국가경제의 큰 문제거리
였다.

기업들 입장에선 제아무리 영업에서 돈을 벌어도 부동산 가격상승에 따른
차익을 따라갈수는 없었다.

그래서 기업들에 "부동산은 왕"이었다.

그러나 이제 "현금은 왕"이란 말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부동산은 오히려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건설경기침체 장기화로 고심하고 있는 건설업계에서는 현대 대우 삼성 대림
LG건설 등 5대업체가 이구동성으로 "현금흐름 경영"을 외치고 나섰다.

외상값을 한푼도 안떼인 키보드 영업팀에 상을 준 삼성전기, 올해부터
부서마다 현금흐름 창출목표를 설정한뒤 달성정도와 연봉수준을 연계키로
한 LG화학 등 거의 모든 기업들은 올해 영업 우선목표를 "현금장사"로
잡았다.

경영귀재로 꼽히는 GE의 잭 웰치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만약 5년만 빨리 현금흐름을 알았더라면 GE의 성장을 10년은 앞당길
수 있었을텐데..."

이런 현금흐름의 파워를 국내기업들도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 힘을 얼마나 빨리 느끼느냐.

그것이 곧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시대의 경쟁력인 셈이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현금흐름경영이란

현금흐름경영(Cashflow Management)이란 "기업의 생존을 위해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장기적 발전을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사적 활동"
(현금흐름 경영-조영빈,김준환 공저)으로 정의될수 있다.

영업분야의 현금위주 판매노력, 생산부문의 현장로스 억제, 구매및 자재
부문의 재고 최소화, 재무부문의 저금리 자금조달, 지원부문의 현금흐름형
직원에 대한 보상체제 등 전직원이 현금흐름 중심의 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특히 기업가치를 높이는데는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흐름을 원활히 유지
하는게 중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세후순이익에서 감가상각비를 더한뒤 외상채권 등 운전자본
증가분을 뺀 것이 영업 현금흐름이다.

감가상각은 현금지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손익계산서상에서는 비용으로
처리된다.

반면 외상채권은 실제 수입이 실현되지 않았는데도 이익으로 처리된다.

이런 왜곡을 시정, 회계상 이익중에서 현금화되지 않은 부분을 뺀 것이
현금흐름의 핵심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