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휴대폰을 위해서 SK가 만들었습니다"

요즘 TV에 자주 등장하는 이동전화 단말기 신제품 "스카이"의 광고문구다.

그런데 SK의 단말기 생산자회사인 SK텔레텍에는 정작 제조라인이 없다.

공장도 없이 물건을 만든다는 얘기다.

이뿐 아니다.

"회사"에 대한 기존관념으로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 더 있다.

이 회사의 사업 첫해인 올해 매출목표는 2천억원.

그런데도 직원수는 1백여명에 불과하다.

1인당 매출액이 20억원인 셈이다.

명색이 5대그룹 계열사지만, 임원은 단 2명.

대표이사 사장과 상품개발담당 상무가 임원의 전부다.

대부분의 일은 실무선에 처리된다.

전체 직원의 60%이상이 연구.개발 인력이란 점도 생소하다.

더욱이 이들의 절반이상은 석.박사들이다.

브레인만 비대하게 발달한 셈이다.

이른바"두뇌형 기업".

대표적인 21세기형 기업이다.

새로운 1천년을 목전에 둔 요즘, 전세계에는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공장과 임원진을 갖춘 정형화된 기업으로는 효율을 극대화할수 없기
때문이다.

20세기를 풍미했던"규모의 경제"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

21세기는 스피드와 유연성이 지배하는 시대다.

그 새로운 물결이 국내에도 상륙했다.

SK텔레텍도 그 예다.

SK는 당초 자체공장 설립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설비투자에 드는 자금과 리스크를 계산한 결과 투자효율이 떨어진다
는 결론을 냈다.

대신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설비와 제조기술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생산부문의 파트너쉽을 맺은게 세원텔레콤.

기술면에서는 세계적인 단말기 업체인 일본의 쿄세라와 손을 잡았다.

SK텔레텍은 제품기획과 마케팅에 주력한다.

중소기업의 제조능력, 일본 선진기업의 기술력, SK의 브랜드 및 마케팅
파워.

이런 부문별 강자가 결합된 것이 SK텔레텍의 실체다.

이회사의 모토는 소수정예주의.

결제는 길어야 3단계면 끝난다.

이런 조직의 과녁은 고객의 니즈에 신속히 대처하는 "스피드"다.

생산설비가 없으니 상황이 바뀌면 네트워크를 다시 짤수 있다는 유연성도
SK텔레텍의 경쟁력이다.

효율지상주의 경영은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경계선도
없애버렸다.

"코피티션(Copetition)"의 시대다.

이제 경쟁자와 협력파트너는 기업들의 두얼굴이 돼 버렸다.

최근 폴더형 단말기 "버디"를 출시한 한통프리텔 역시 공장없이 제품을
생산한다.

그런데 이회사의 제품을 대신 생산해주는 OEM업체는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전자.

생산라인 한편에서는 "걸리버"라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들면서 다른 한쪽
에서 경쟁업체의 제품을 생산해주고 있는 것이다.

협력의 효율이 경쟁의 메리트를 앞질렀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현대전자의 공장안에서 함께 생산된 제품이 공장밖에 나와서는 다른
브랜드를 달고 경쟁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창업된 안경테 제조업체 신영한.

이 회사에는 공장도, 디자인팀도 없다.

일본의 안경테 산지인 후쿠이 단지내 공장들이 이 회사의 생산설비요,
이탈리아와 일본의 디자인 전문업체들이 이회사의 디자인실이다.

신영한의 핵심경쟁력은 글로벌 소싱.

각 공정별로 전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 골라 네트워크를 짜는
"가상기업"이다.

자본금 5억원에 직원수는 20명이지만 사업연도 첫해인 내년의 매출목표는
80억원.

이회사는 제품기획과 마케팅만 담당하고 나머지는 제품에 맞는 협력업체를
물색, 외부조달한다.

무공장시스템, 아웃소싱 등은 벤처기업이나 소규모의 패션업체 등에서
제한적으로 도입되던 실험적 경영형태였다.

그러나 이제는 신규사업 진출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잡았다.

동원산업(주스), 한국야쿠르트(음료), 필라(화장품) 등 최근 신규사업에
진출한 업체들은 예외없이 제품기획과 마케팅만 담당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조달했다.

브랜드력, 자금동원력이라는 대기업의 잇점은 살리면서 조직은 중소기업처럼
유연하고 빠르게 운영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의 석학 갤브레이스교수는 저서 "21세기 기업(Organizing for the
future)"에서 "동시에 크면서도 작아서, 큰것이 이점이 될때는 클수 있고,
작은 것이 이점이 될때는 작을 수 있는 기업"을 미래형 기업이라고 내다봤다.

작으면서 큰 기업.

효율성 극대화를 향한 국내기업들의 21세기 레이스가 시작됐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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