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무 <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ymshin98@chollian.dacom.co.kr >


얼마 전 중소기업을 하는 아끼는 후배가 찾아와 은행대출에 대한 애로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IMF 사태이후 관련업계 2~4위 업체가 모두 부도가 나 1위인 자기 회사가
계약을 수주하기에는 더 좋은 입장이 됐으나 수주 및 영업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약 30억원 정도의 크레디트 라인(credit line)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산하기관이 발주한 공사에서도 수백억원대의 하도급을 받기로
했는데도 시중은행은 부동산 담보가 없다며 상대를 해주지도 않는다고 후배는
말했다.

대출이 부실화되면 당장 임직원이 책임을 지게 되니 은행측 사정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담보만이 확실한 것도 아니고 IMF사태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매매도 잘 이뤄지지 않는데도 오랜 금융관행상 어쩔수 없나 보다.

정부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을 우선하도록 정책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부동산 담보없는 중소기업이 대출받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오랜 금융관행만을 탓하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공사의 진행에 따라 정부기관 등 대금지급이 확실한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 선진국에서는 그러한 장래의 채권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확실한 장래의 cash flow는 매각에 비용과 시간이 걸리는 부동산 담보보다
가치가 더 있다.

과거 우리 금융기관은 정치권등의 영향으로 수천억 수조원씩 사전사후
필요한 검사도 없이 특정기업에 대출을 해 왔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대출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상업적 판단에 의한
위험의 조사, 자금의 용도, 대출자금의 사용처 확인 및 cash flow의 점검
이다.

대출담당 임직원이 외부의 영향없이 순수한 상업적 판단으로 대출결정을
하고 사후 관리를 해 나갈때 우리 금융은 선진국 수준으로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