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추세는 전문화입니다. 금융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착실히 쌓아
금융 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국내 첫 사시 출신 은행원으로 화제를 모은 정병훈(38) 하나은행 법무팀장
(차장)의 포부다.

그가 "실무통 금융 변호사"를 꿈꾸는데는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대학 졸업후 교보생명과 한진증권에서 각각 2년씩 근무한 "밑천"을 최대한
살리고 싶어서다.

"사시 출신으로 은행에 들어간다니 말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금융권 업무중 가장 복잡하다는 은행 업무만 익히면 주요 실무는 모두 거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법연수원 시절 위탁교육을 받은 하나은행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구요"

"정년에 대한 두려움"

지난 90년말 증시 호황기의 증권맨이었던 정 팀장을 매마른 고시촌으로
내몬 이유다.

월급쟁이의 최대 고민인 "정년과 전직"에 대한 불안감에 벗어나 보다
자유롭고 전문적인 직업을 갖겠다는 결심이 그의"변신"을 이끌었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늦깎이 고시생"의 길을 택했지만 1차 시험에서만
4번 연속 떨어졌을 땐 "외야수가 펜스에 머리를 부딪치는" 아픔도 겪어야만
했다.

정 팀장의 "은행 행"은 사시 합격생의 진로가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정원이 많이 늘기도 했지만 사회적 여건도 달라졌다고 봅니다. 무조건
법조계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이나 일반 기업체 등에서 법률 지식과
실무를 조화시키는 것도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팀장은 하나은행의 "인 하우스 카운셀러"로 대내외 각종 법률문제를
처리하게 된다.

은행측으로서는 내부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직원 변호사가 로펌에 의뢰
했을 때보다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그의 연봉은 6천5백만원으로 대형 로펌의 초임 변호사에는 조금 못미친다.

< 윤성민 기자 sm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