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며 종합주가지수가 700고지를 올려다보고 있다.

저금리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금등으로 투자심리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주가는 경제를 비추는 거울이다.

과연 이같은 주가수준이 우리경제의 현주소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인가.

한국경제신문은 ''한국의 경제위기와 개혁프로그램''이란 주제의 외국인
좌담회 시리즈 17번째로 외국증권전문가들부터 최근의 국내 주가흐름에 대해
들어봤다.

< 참석자 >

<>리처드 월래스 < 드레스드너클라인워트벤슨증권 전무 >
<>빌 헌세이커 < ING베어링증권 조사담당이사 >
<>전성철 < 국제변호사 / 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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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등하는 한국주가 어떻게 봐야 하나 ]

<>전성철 국제변호사(사회)=지난 연말부터 한국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이런 상승세가 합리적이라고 보는가.

<>리차드 월래스 드레스드너클라인워트벤슨증권 전무=상승할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물론 꼬집어서 어느 정도의 주가가 적정수준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초저금리 엔화강세 외국인매수세등이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 다른 아시아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식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들고 싶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채권투자와 다른 금융권상품등에 매력을 잃은 시중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외부악재가 돌출하지 않고 저금리상태가 유지되며 한국의 내수경기가
본격적으로 깨어날 조짐을 보일 경우 추가 상승도 예상된다.

<>빌 헌세이커 ING베어링증권 조사담당이사=역시 증시내 돈의 흐름이
풍부한 게 상승추진력이었다.

금리가 두자리에서 한자리대로 떨어져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실제 투신권의 주식형수익증권에 몰린 돈은 지난해 90조원에서 최근에는
1백90조원으로 두배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동안 채권형수익증권의 경우에는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주가상승세로 일반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높아진 것도 주가상승을
부추겼다.

주식투자에 자신감을 갖게된 것이다.

최근에는 뮤추얼펀드가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설정후 단기일안에 매진되는 활황을 보이고 있다.

주식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주가 추가상승이 기대된다.

금리도 당분간 이 수준에서 안정될 전망이어서 더욱 그렇다.

저금리로 디플레이션보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사회=최근 들어 시중돈이 증시로 유입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꼽는다면.

<>헌세이커 이사=IMF체제로 접어들면서 한국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급격히
줄어 금융권의 여유자금이 많아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사회=주식시장은 그 나라의 경제상황을 비추는 거울이다.

최근 증시활황이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펀더멘털) 다시 호전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는가.

<>월래스 전무=증시가 정확히 경제상황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재는 주가수익비율등 상장사 주가수준의 잣대로
평가한다면 아직 한국경제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지난해 금융및 기업구조조정등 전에 보지 못했던 개혁을 이행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경제가 개선되고 있는 징조라고 본다.

경제주체들 사이에 불안감이 사라지고 희망이 싹트고 있는 점도 높이
사고 싶다.

<>헌세이커 이사=택시를 타면 흔히 운전사들이나 승객들에게 요즈음
경제가 피부로 느낄정도로 좋아졌냐고 많이 물어본다.

그런데 이들의 대부분은 "노"라고 응답한다.

한국정부나 언론들이 지표상으로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너무
강조한다는 것이다.

소비심리를 의도적으로 부추긴다는 얘기다.

설사 소비심리가 높아지고 있다해도 백화점등에서 소비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중산층이상의 사람들이다.

중산층이하의 사람들은 실직등으로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없는 형편이다.

아이러니다.

그러면 과연 현재의 주가수준이 이런 실물경제사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두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싶다.

딱딱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우선 자본투자비용을 따져보자.

지난해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이 비용은 35%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두달동안에 18~20%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비용이 낮을수록 투자는 늘어나게 돼 있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여서 주가가 올라간다.

또 하나는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높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6개월전만 하더라도 주가가 올라도 투자자들은 확신하지 못했다.

앞날이 불안하고 불투명했던 탓이다.

이젠 달라졌다.

정부도 개선되고 있는 경기지표를 내놓고 있는데다 더 이상 나빠지겠느냐는
믿음이 생기고 있다.

<>월래스 전무=문제는 세계경제의 흐름이다.

한국은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경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호황을 구가했던 미국경제가 침체조짐을 보일 경우 파장은 크다.

거품이 꺼졌을 때 그 상처는 쓰라리다.

결국 미국주가가 폭락할 것이고 이는 다시 세계경제에 적신호를 보내게
된다.

세계적인 상품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한국의 수출이 타격받을 것임은
자명하다.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은 곧 한국경제의 디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일본경제가 쉽게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것도 불안요소다.

이런 외부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비록 올해 한국이 플러스성장세로
돌아서더라도 2000년에는 다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

<>사회=현재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대부분은 단기투자자들인가
아니면 장기투자자들인가.

<>헌세이커 이사=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성격이 많이 바뀐 것같다.

대부분 1~2년이상을 보고 투자하는 중장기투자자들도 투자기간을 6개월
정도로 짧게 가져가고 있는 추세다.

전세계 여러국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이들의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졌기 때문이다.

각국의 주가변동성이 높아지자 실적을 관리할 수밖에 없게 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각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다른 투자자들과 비슷하게 맞추는
경향이 늘고 있다.

한국경제의 호전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면 다른
투자자들의 투자수익률에 뒤지지 않기 위해 한국주식을 사들이는 외국인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한국정부의 경제개혁을 높게 평가하고
투자하고 있는 분위기다.

< 정리=조정애 기자 jcho@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