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이론을 가르쳤던 슘페터의
이론적 업적 중 그의 중심 사상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책은 그가 28세 때
출간한 "경제발전의 이론"(The Theory of Economic Development,1912)이다.

이 책에서 슘페터는 통상적인 경제행위가 계속되는 순환적 흐름의 상태를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기술혁신에 의해서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슘페터에 따르면 기술혁신이란 단지 생산방법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신상품 신원료 신시장 신경영조직이 등장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기업가의 영웅적 노력의 결과다.

그 결과 기업이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독점적 이윤을 확보하면
그것이 기업이윤의 바탕이 된다.

그런데 기술혁신에 필요한 새로운 자금은 통상의 경제활동에서는 나올 수
없으므로 결국 은행의 신용에 의해 창출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혁신의 동반자로서 은행의 역할은 중요하다.

은행은 어떤 기업이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하며
그 결과 기업가 이윤의 일부를 이자로 수취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기술혁신을 통해 비용이 절감되면 가격인하를 통해 소비자들도
이익을 보게 된다.

이러한 혁신의 성공을 통해 경제가 활황국면에 처하게 되면 많은
모방자들이 군생적으로 출현해 경제는 다시 완만한 성장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활력을 잃게 된다.

이러한 기술혁신 중에서 증기기관 내연기관과 같은 커다란 기술혁신은
다른 기술혁신을 유발, 자본주의의 장기적인 호황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므로 몇 십년에 걸친 자본주의의 장기적 파동을 설명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슘페터의 생각은 많은 전통적인 경제학의 사고와 다른 점이 있다.

첫째 기술혁신을 통해 독과점 체제가 생기고 이러한 독점이윤이 또다시
기술혁신을 위한 자금이 되므로 독과점체제가 기술혁신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슘페터 가설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실증연구 결과 나라에 따라
성립하는 경우와 아닌 경우가 있다.

둘째 기술혁신은 단지 발명이나 공정혁신과 다르므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신개발품이 상품화되고 신조직이 정착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사람들의
인식이나 정보가 바뀌어야 한다.

기술이 개발되고 이것이 상품화되는데는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 년이
걸린다.

따라서 이 기간동안 기술혁신을 성공시키는데 필요한 자금지원 인력지원
등 기술혁신체제는 국가적 여건에 크게 의존한다.

최근 기술경제학에서 국가적 혁신체제(National Innovation System)에
대해 연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불황기가 오래 계속되면 기존 기업활동에 묶였던 인력 시설
등이 풀리므로 점차적으로 기술혁신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사실상 불황기에 새로운 사업을 할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불황기에 맞는 새로운 상품과 조직변화가 생김으로써 성공적인 자본주의
경제에서 불황기가 점점 짧아지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불황에 빠진 우리 경제와 기업들에 희망적인 측면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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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엔진을 가동하면 그 운동을 계속시키는 기본적 충격은
자본주의 기업이 창조해내는 신소비재, 신생산방법 내지 신수송방법, 신시장,
신산업 조직형태에 연유되는 것이다"

-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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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현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hongk@plaza.snu.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