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기관이 하나로 통합된 금융감독원이 올해부터 출범했다.

10여년에 걸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한국은행과 은행감독원이 분리된데
이어 증권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금융관련 4개 감독기관이 한집 살림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통합금감원의 성공여부는 합병은행의 장래처럼 불투명하다는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쪽에선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통합한 재정경제원(현 재정경제부의 전신)
을 닮아갈 것이라는 "공룡론"으로, 다른 한쪽에선 "환골탈태"와 "선진화"로
금감원의 출범을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선지 금감원은 금융기관들에 모범이 될 수
있는 감독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 업무를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금감원은 화학적 결합을 위해 작년말 인사에서 출신 기관을 가리지 않고
혼합 배치했다.

상당수 직원은 낯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실제 업무에서 떠나 연수를
받다 보니 일손이 태부족한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출범초반에 상당한 업무 공백이 빚어지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사 등 피감독 기관들은 이에따라 하루속히 금감원의 업무가
정상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
하지 못해 기업부도가 속출하는 등 경제 위기가 재연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초기의 진통은 불가피하지만 하루빨리 감독기관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견해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 군림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같은 감독기구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피감독기관 사람들은 감독원 사람들이
칼자루를 쥔 나으리 자세를 떨쳐버리길 한결같이 원하고 있다.

금융기관과 소비자들에게 봉사하는 감독기관상을 확립해달라는 것이다.

금감원도 이런 기대와 요구를 잘 알고 있다.

금감원의 영문명(Financial Supervisory Service)에 서비스라는 말이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금감원이 출범하자 금융계는 오히려 종전보다 더 큰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

일반인들도 금감원을 "권력의 심장"쯤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작년 구조조정과정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한 것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금융전쟁"이 일단락된 만큼 이젠 모범을 보이며 계도와 지도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금융계와 소비자의 비판에 귀 기울이며 "겸손"을 체질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독기관도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고객으로부터 불신받고 따돌림당하는
"왕따"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민원처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관행이 바뀌고 금융기관 불사신화가 깨지고 소비자 주권의식이 날로
높아지면서 각종 금융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금감원에는 하루에도 수백 건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들 금융소비자의 애로사항과 억울함을 공명정대하게 풀어주는
기능이 대폭 보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압적이고 불친절한 공공기관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소비자들에게 편안한
곳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기관들과 함께 중소기업인들에게는 각종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알려주는 등 대기업서비스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민원사항을 한번에 처리해주는 "원스톱" 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전문성을 높여라.

금융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하루에 수백가지 파생상품이 나오고 상품 거래를 수십배
능가하는 금융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기법도 날로 고도화하고 있다.

감독기관이 이같은 환경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감독과 검사를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

전문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자칫 피감독기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쉽다는 얘기다.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 직원들은 흔히 "가르치면서 검사를 받는다"고 말한다.

이는 감독기관이 감사원이나 검찰을 지원할 때 그들의 무능을 질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감독기관의 수준이 올라가야 한국 금융산업도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