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작년 미국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국내 은행에 대한 분석보고서의 제목이가.

이 보고서의 제목이 시사하는 격렬한 구조조정이 작년 한햇동안 현실로
나타나면서 한국금융산업의 판도는 크게 변하고 말았다.

5개 은행을 비롯 증권 보험 투신상호신용금고 등 수많은 1,2금융권 기관들
이 문을 닫고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

살아남은 곳도 사람과 자본을 물갈이해야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세례''를 받은 곳이 등장하는가 하면 통째로 외국
자본에 팔려가는 곳도 생겼다.

''토종''의 길을 택해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곳은 손으로 꼽아야할 정도다.

99년은 바로 이처럼 여러 빛깔을 띤 금융기관들이 한판승부를 가리는
''신금융 원년''이다.

그러나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시사하는 한국 금융산업의 뉴 트렌드는 올해
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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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합작-합병-토종간의 경쟁

은행권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제일 서울은행처럼 외국인투자자의 지배하에 들어간 은행이
눈에 띈다.

지방은행은 여전히 토종이다.

한빛 국민 하나 조흥 등 4개 합병은행은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 초우량은행
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한미(아메리카은행) 외환(코메르츠은행) 등 합작은행은 독자생존을 모색하며
토종 및 합병은행과 한판 승부에 나서고 있다.

이들중 누가 뉴 트렌드의 주도권을 쥐면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나갈
것인가.

금융계의 관심은 외국계은행으로 분류될 제일 서울은행에 우선 쏠리고 있다.

외국의 값싼 돈을 들여와 퍼부을 경우 국내 은행들은 사활을 건 대접전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은행이 선보일 선진금융기법도 다른 은행을 자극하며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김진만 한빛은행장은 "외국계 은행과의 경쟁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자신감을 보이는 김 행장은 전국을 무대로 하는 외국계 은행의
등장이 한국 금융산업의 질적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은행간 우열도 시간이 흐를수록 판가름날 것이다.

누가 더 많은 시너지효과를 내느냐가 승패를 가름하는 관건이 될 수 있다.

대형화의 이점을 충분히 살릴 경우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더 높은 위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내부 패권다툼과 외부의 극심한 경쟁환경에서 버티지 못하고 자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때는 진정한 시장논리에 의해 다시 합병 등이 재론될 수 있다.

증권 보험 등 다른 금융권에서도 이미 이같은 3자, 4자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은 작년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심도있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금융당국은 생명보험사의 2차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검토하고
있다.

상호신용금고 등도 상반기중 대대적인 "숙청"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증권사와 투신사도 시장 여건에 따라선 또다시 구조조정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외형보다 수익성

금융기관의 생명은 이제 수익성에 달렸다.

이익을 내지 못하면 외환위기 직전 상황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적자생존의 논리, 바로 기업의 논리가 냉엄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이제 "금융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기관처럼 불사신화에 안주했던 금융기관이 이젠 시장원리에 의한 심판대
에 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남들보다 나은 경쟁우위 요소들을 갖추지 못하면 퇴출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이런 경쟁요소들은 흉내내기나 단순한 복사로는 체득할 수 없다.

은행들이 앞다퉈 여신관행을 바꾸고 있는 것도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좋은 고객을 찾아 대출하고 이에 대한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는 "기본"에
충실하자고 최고경영자가 부르짖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리스크 관리는 또다른 신소프트웨어의 축.

고수익을 추구하다 보면 부딪치는 것이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신용리스크 유동성리스크 시장리스크 등 다양한 위험요소를 어떻게 적극적
으로 관리하고 차단하는가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에 진입해 있는
것이다.

경영진도 수익에 의해 평가받을 전망이다.

자산 규모가 앞서있다고 어깨에 힘을 주던 금융기관 수장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수익성과 이를 반영한 주가(싯가총액), 다름아닌 시장이 경영진의 능력과
실적을 평가하게 된다.

<> 정보기술이 지배하는 금융산업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영에는 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예컨대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싶어도 각종 거래기록이 집적된 데이터베이스가
없으면 안된다.

더이상 주먹구구식 경영은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경영정보의 기록과 보존, 그리고 활용이 중요해진다.

여.수신 등 제한된 업무에만 전산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예측, 자산.부채종합관리, 고객 분석 및 개발, 신용분석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정보기술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게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정보기술은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금융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천년의 금융산업은 또다른 종합정보기술산업이다.

선진금융기관과의 승부는 바로 정보기술의 우위를 누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 특별취재팀 : 송재조 차장 허귀식 이성태 김수언
정태웅 김인식 기자 (경제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