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퀴진(Fusion Cuisine)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영화, 연극, 음악등 대중문화에 이어 음식문화에도 퓨전(융합)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쳤다.

퓨전퀴진은 고추장에 버무린 파스타처럼 동양과 서양의 음식을 혼합해
새로운 맛을 창조해낸 메뉴.

다소 기이하게 느껴지는 이음식류가 인기를 얻는 것은 시각효과가 뛰어난
서양요리와 담백한 맛을 자랑하는 동양요리가 어우러지면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때문.

국적불명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자라면서 햄버거나 피자등에 익숙해진 20,
30대들이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즐겨 찾으면서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사이버문화의 정착과 함께 고정관념과 정형화를 거부하는 사회분위기도
이 음식의 명성을 높이는데 한몫을 한다.

현재 퓨전퀴진 전문점은 서울 강남지역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번창하고 있다.

청담동의 시안(Xian), 누벨퀴진 궁, 그랜드하바나등 셀수 없이 많은
레스토랑이 성업중이다.

이들은 IMF 경제위기와 1인당 2만~3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 인테리어나 분위기등을 고급화시켜 소수의 특권을 즐기려는 고소득층의
발길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

이들이 선보이고 있는 음식은 김치스파게티, 김치케이크, 카레우동등.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되는 생소한 것들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인 베니건스가 지난해 고추장과 자장에 비빈 파스타를
"애국심파스타"란 이름으로 선보여 화제가 된게 대표적 예다.

고추장을 소스로 한 "핫 칠리 파스타",자장을 소스로한 "블랙파스타"는
지난해 9월 선을 보인지 10일만에 6개매장에서 총 1천5백개가 팔려나갔다.

단숨에 인기메뉴로 떠오른 것이다.

베니건스는 퓨전퀴진의 메뉴를 다양화하기 위해 오는 4월에는 월남식소스를
주제로한 신규 메뉴를 개발, 내놓을 계획이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가빈은 중국음식점에서도 퓨전퀴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가빈은 중국고추장인 두반장을 넣어 붉은 빛을 띠고 매콤한 자장면인
"사천자장면"을 선보여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호텔에서도 김치케이크등을 선보일 정도로 퓨전퀴진의 열풍은
그칠줄 모르고 있다.

퓨전퀴진이 국내에서 도입된것은 불과 10여년전.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불고기와 김치를 햄버거및 피자와 결합시켜 내놓은
불고기버거, 김치버거, 불고기피자등이 히트하면서 그 가능성을 제시했다.

패스트푸드점들이 80년대 미국에서 불었던 퓨전퀴진 열풍을 한국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당시 미국에서는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야채와
기름기가 적은 동양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후 뉴욕이나 LA지역에서 한국 중국등 동양음식과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음식을 혼합한 퓨전퀴진을 파는 레스토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퓨전퀴진에 대한 관심은 이제 레스토랑에서 제조업체로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퓨전퀴진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자사제품을 퓨전퀴진용
재료로 사용하도록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뚜기는 라면을 바삭하게 튀긴후 마요네즈와 야채로 만든 소스에 버무리는
라면바스켓에 스낵면이, 불고기스파게티에 스파게티국수가 안성맞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퓨전퀴진은 따라서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며 된장찌개보다 서구
음식에 길들여진 젊은층의 입맛을 공략해 나갈것이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