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산업을 근본부터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는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인터넷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이뤄지는 전자상거래가 경영혁신의
지렛대로 떠올랐다.

유망한 전자상거래 관련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기존 업체도 앞다퉈 이
대열에 동참해 전문가는 물론 일반의 관심도 매우 높다.

한국경제신문은 외국인 좌담회 시리즈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전자상거래
준비"에 대한 외국인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이들은 전자상거래가 21세기 기업의 필수요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도 전자거래기본법 전자서명법이 제정된데 이어 시행령 등
후속 법령을 서둘러 마련하고 사이버 마켓에 대한 부가세감면 등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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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 참석자 : 장동인 < 한국오라클 이사 >
스코트 스타인켄 < 한국IBM 이사 >
켄트 홀리데이 < 한국쓰리콤 이사 >
전성철 < 국제변호사 / 사회 > ]

<> 전성철 국제변호사(사회) =최근 전자상거래가 급속히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전자상거래란 무엇을 말하는가.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는지.

<> 장동인 한국오라클 이사 =전자상거래는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상거래
를 말하며 기존 유통망과는 무관하게 전세계 모든 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혁신적 거래방식이다.

자동차를 사려면 아무 인터넷 페이지에나 들어가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를 비교하고 원하는 가격대와 스타일을 고를 수 있다.

배달은 업체의 각 지역 지점을 통해서 하게된다.

전자상거래를 활용하면 생산과 유통 전반에 걸쳐 두루 불필요한 비용을
대폭 절감할수 있다.

<> 스코트 스타인켄 한국IBM 이사 =지금은 기업과 소비자 사이(Business-to-
Consumer)의 전자상거래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나 앞으로 기업과 기업간
(Business-to-Business) 상거래가 더 활성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 조명기기 사업부는 자재 구매시스템을
이용해 29일 걸리던 구매 기간을 10일로 줄였다.

아메리카항공은 항공권 인터넷판매를 통해 판매비용을 8달러에서 1달러로
절감하고 찰스슈와프증권사는 전체 거래의 36%를 인터넷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택배업체 UPS 미국법인의 고객 가운데 59%는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절감되는 비용은 하루에 20만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02년까지 3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경우 아직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98년 현재 인터넷
사용자 수가 2백만명으로 추정되는 만큼 전자상거래도 금방 확산될 것으로
본다.

<> 켄트 홀리데이 한국쓰리콤 이사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면 보다
싼 값에 편리하게 살 수 있다.

책이나 꽃처럼 선택에 따른 위험이 적은 제품은 특히 전자상거래 방식이
유용하고 고객 만족도도 높다.

고가의 하이테크장비는 컨설팅을 통해 구입하고 사용법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전자상거래가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객이 제품 내용과 사용법을 잘 안다면 인터넷 쇼핑도 문제가 없다.

전세계 모든 제품을 비교해 보다 값싸고 품질좋은 제품을 고를수 있게 되면
소비자의 권리 측면에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 장 이사 =할인점을 비롯한 기존 유통업체들은 경쟁을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가격을 바꾼다.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가격을 고치는 일은 아주 간단하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는 시시각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는 글로벌
마켓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

앞으로 전자상거래는 산업 전반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 사회 =전자상거래의 문제점이나 부작용은 없는지.

<> 스타인켄 이사 =보안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기업이나
개인의 비밀정보가 유출될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최근 보안문제 해결방안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큰 부작용은
없으리라고 본다.

<> 사회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업체로 미국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꼽히는데 아마존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다면.

<> 홀리데이 이사 =아마존을 이용하면 세계 각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책을
어느 곳에서나 빠르고 저렴하게 살수 있다.

매우 유용한 부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특정 부문에 관한 책을 2권 이상 구입하면 아마존에서는 그
분야의 서적 목록을 뽑아 인터넷을 통해 고객에게 보여준다.

기존 서점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래서 아마존은 도서 거래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마존은 아직 적자를 내고 있지만 싯가총액은 1백60억달러에 이른다.

<> 장 이사 =인터넷을 통해 쇼핑할 때는 물건 구입전에 이름과 주소 등을
등록하게 돼있다.

판매업체는 그 정보를 관리할수 있다.

예를 들어 스포츠카 판매업체는 특정 소비자가 가진 차의 이름과 함께 그의
나이 직업 취향 등 정보를 확보해 신제품이 나올때 예상 고객측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홀리데이 이사 =온세일즈(On-Sales)라는 인터넷 경매회사가 있다.

최근 이 회사의 주식 가격은 67달러로 5개월 전보다 10배이상 뛰었다.

북스 어 밀리언(Books-a-million)이라는 인터넷서점 주식가격은 지난 7월
주당 10달러에서 지금은 3백달러에 이르고 있다.

<> 사회 =전자상거래를 확산시키려면 어떤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준비해야
하는지.

<> 장 이사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인터넷에서 판매할 상품의 목록을 구성하고 대금의 자동 지불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소비자의 주문을 받으면 제조업체에 상품을 요청하고 배달업체에 배송도
의뢰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과정의 자동화가 상당히 진전돼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위한 인프라스트럭처가 빨리 구축
돼야 할 것으로 본다.

<> 홀리데이 이사 =미국의 경우 많은 기업이 일찍부터 전자상거래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에 나섰다.

한국도 당장 비용이 들지만 긴 안목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년전 미국에서 기술관련 종사자들이 모인 강의실에서 "인터넷을 사용해본
사람 손들어 보라"고 말하면 고작 5~6명만이 손을 들었다.

그러나 이제 인터넷은 지극히 일상적인 정보소통 수단이 됐다.

지금은 이 질문이 "전자상거래를 해본 사람 손들어 보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최근 전자상거래의 확산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

주목할만한 것은 주부 사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아내도 인터넷을 통해 많은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불과 3~4년전만 해도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것이 이제 일상화된
것이다.

<> 사회 =현재 운영되고 있는 사이버 쇼핑몰의 전자상거래 매출은 어느
정도인지.

<> 장 이사 =특히 크리스마스나 연말 등 선물시즌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사이버 쇼핑몰을 찾는다.

쇼핑몰의 상품은 대개 1천~1만개 품목에 한정된다.

상품 종류가 너무 많으면 소비자들이 찾아보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
이다.

<> 사회 =IBM 오라클 쓰리콤은 각각 어떤 형태로 전자상거래 사업을 펼치고
있는가.

<> 장 이사 =오라클은 사이버 쇼핑몰용 소프트웨어(SW)를 만들고 그것을
개별업체에 구축한다.

오라클 본사가 전자상거래 쇼핑몰의 틀을 만들면 한국오라클은 그것을
한국상황에 맞게 재구성한다.

<> 스타인켄 이사 =전자상거래는 IBM의 가장 중요한 사업 가운데 하나이다.

IBM은 "e-비즈니스"라는 이름아래 서버와 같은 하드웨어(HW) SW 그리고
프로그램 등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관해 컨설팅하며 판매후 유지보수와 운영에 이르기
까지 모든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 홀리데이 이사 =쓰리콤은 모뎀 단말기등 전자상거래 관련 장비를 공급
한다.

모뎀의 경우 전세계 업체 가운데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다.

우리 회사의 모뎀사업이 성장한 것 자체가 인터넷이 확산한데 따른 것이다.

<> 사회 =한국 업체들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는가.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를 꼽는다면.

<> 스타인켄 이사 =아직은 시범사업 수준이지만 SET(Secure Electronic
Trensaction)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한 커머스넷코리아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가구협회는 최근 인터넷 영업을 시작했고 보령장업 한국통신 한국생산성본부
광주ECRC 등도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회원들에게 전자상거래를 보급하기 위해 교육시스템을
개발해 운영중이다.

<> 홀리데이 이사 =앞으로 10~15년새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본다.

한국은 현재 경제시스템의 재편기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전자상거래가 발전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또 전자상거래 업체는 사옥이 시내 중심에 위치하거나 규모가 커야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한국처럼 부동산 값이 비싼 곳에서 사업하는데 특히
유리하다.

<> 사회 =전자상거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할수 있는 일은 무엇
인가.

<> 스타인켄 이사 =인터넷 전송속도를 높일수 있는 정보 고속도로 등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은 이미 통과됐다.

앞으로 사이버 마켓에 대해 부가세를 줄여주는 일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밖에 언론과 연계해 캠페인을 벌이는 등 홍보활동을 편다면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 홀리데이 이사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는 업체가 일반 매장도 갖고 있을
경우 기존 매장과의 가격 차이를 얼마나 두느냐도 문제이다.

매장 사이에 가격 차이를 크게 두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있거나
기존 매장 운영자의 반발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그다지 큰 폭으로
할인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장 이사 =현재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구입할때 세금을 부가하도록
돼있다.

책을 살때도 세금을 내야 한다.

외국 인터넷쇼핑업체를 통해 제품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 점은 외국회사와 한국정부간의 민감한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또 이론적으로는 전세계의 모든 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갖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일례로 외국산 자동차를 사는 것은 화장품을 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수입관세를 비롯한 갖가지 걸림돌 때문이다.

또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사기 전에 꼭 물건을 보고 손으로 만져봐야
하는 습관도 인터넷 쇼핑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하지만 케이블TV 쇼핑 채널이 영업에 호조를 보이는 것을 보면 장기적으로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 홀리데이 이사 =미국에서도 자동차업체들은 고객들이 자동차를 직접
시승할수 있는 쇼룸을 운영한다.

또 그 한켠에는 인터넷 주문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상거래와 전자상거래가 혼재된 모습이다.

지금은 이 두가지 방식 사이의 과도기라는 것을 잘 보여 주는듯 하다.

< 정리=조정애 기자 jcho@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