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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미국에 있을 때 잘 아는 한국 교포의 자녀가 early decision
(조기입학허가 결정)으로 아이비 리그에 속하는 명문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를
받게돼 함께 기뻐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학생은 합격결정이 된 후 공부를 게을리해 마지막 시험에서
커닝(부정행위)을 하다가 적발되고 말았다.

학교에서는 그 학생에 대해 제적결정을 내렸고 그로인해 대학입학 결정도
취소됐다.

부모들은 학교 당국에 구제를 호소했으나 학교 당국은 "그 학생을 대학에
진학케 하였다가 만에 하나 대학에서 다시 부정행위를 저지른다면 그 대학
에서는 그후 수년간 우리 학교 출신학생을 받아주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다"
며 끝내 제적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어릴 때부터 바르고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엄격한 감독과 처벌을 가하는 미국사회의 모습은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이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각급 학교에서 커닝이 만연한 것도 문제지만 학생들도 이를 별로 부끄러워
하지 않는 듯 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란 학생들이 장래 사회 생활을 할때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부정과 편법을 서슴없이 저지르게 되지 않을까 매우 염려스럽다.

물론 이는 수단이 어떠하든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기성 사회의 분위기가
어린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 탓도 있으리라.

그렇다고해서 학생들의 커닝이 합리화될 수도 없으며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져야만 한다.

기성 사회도 부정과 편법에 대해서 결코 용납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어 가야 하겠고 학교도 학생들의 부정 행위에 대해서 엄격한 감독과 처벌
을 해 나가야 하리라 생각한다.

장차 우리 사회의 주인이 될 학생들의 부정 행위의 정도나 그에 대한 생각이
결국 장래 우리 사회의 청렴도나 공정성을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