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3.2%로 수정 전망한 것은 의외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한국은행이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해온 정부의
예측(2%)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우선 그런 느낌을 받는다.
IMF의 마이너스1%, 민간연구기관들의 0.2~0.5% 전망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고, 일반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에 비교해 보더라도
선뜻 이해가 가지않는 측면이 있다.

통화가치안정을 책임지고 있는 한은으로서는 물가불안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소 높은 성장전망을 선호했을 가능성은 있다.
특히 최근들어 추가적인 금리인하와 금융완화정책 등을 둘러싸고 재정경제부
와 상당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 그런 오해를 받을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한은 전망을 다른 연구기관들의 전망과 마찬가지로 낙관적인
견해 가운데 하나로 가볍게 보아 넘길수는 없다. 한국은행의 경우 정부나
연구기관과는 달리 경제성장률 등 국민소득 통계를 직접 작성, 발표하는 기관
이기 때문에 전망의 정확성과 신뢰성은 어느 기관보다 높다고 보아야 마땅
하다. 그만큼 파급효과도 크다.

그렇긴해도 오늘의 경제현실을 생각할때 성장률이 몇%냐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치않다고 본다. 어차피 정부와 한국은행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상
보다 빠른 경기회복을 점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전망을 정부와 기업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법으로 대처해야 하느냐는 점
이다. 경기회복이 빨라지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성장률이 높아
진다고해서 "IMF위기가 완전히 극복됐다"거나 "경제가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는 식으로 성급하게 낙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우선 지적하고
싶다.

한은이 지적했듯이 성장률 계산때 분모가 되는 지난해 경제규모가 전년에
비해 5~6% 감소(마이너스 성장)했기 때문에 올해 조금만 성장해도 성장률
수치가 높게 나타날 여지가 있다. 한은 전망대로 올해 3.2%가 성장한다해도
경제규모는 여전히 97년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다. 또 이
정도의 성장률로는 신규 경제활동인구를 흡수할만한, 즉 실업을 더 악화시키
지 않는 수준에는 훨씬 못미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한은이
올해 연평균실업률을 7.7%로 지난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본 것도 그 때문
이다.

우리는 현재의 경기회복이 과속을 걱정할만큼 좋아졌다고 보지않는다.
낙관적인 경기전망을 확신할수 없는 불안요인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높은 실업률, 수출위축과 수입증가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경제지표의
동향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는 있지만 낙관론에 근거해 섣불리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는 일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구조조정의 신속한 마무리가
진정한 경기회복의 지름길임도 아울러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