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국회심의 과정에서 내용이 수정.변질된 일부 규제개혁법
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적극 검토키로 한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만
약 이들 법안이 국회에서 의결된대로 공포돼 시행된다면 규제개혁의 본래
의미가 퇴색될 뿐 아니라 앞으로의 규제개혁 추진은 더욱 어려워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조사한바로는 국회에서 통과된 2백68개 규제개혁 관련법
가운데 심의과정에서 이익단체나 정부부처의 로비로 수정.변질된 것이 47개에
달하고, 그로인해 되살아난 규제가 80여건이나 된다고 한다. 국회가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의심스럽다. 국민생활 편익제고와 경제활성화를 위해 국민적
합의로 입안된 규제개혁 관련법안들이 국회입법 과정에서 특정 이익집단이나
기존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수정되고 변질된 것에 대해 국회가
어떤 변명을 할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 김대통령이 일부 법안에 대해 거부권행사를 검토하겠다는 의지표명에
대해 일부에서는 국회와 정부 여당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해석하는
모양이다. 자칫 이번 일을 묵과할 경우 현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규제
개혁이 벽에 부딪힐 우려가 있기 때문에 느슨해지기 쉬운 개혁의지를 새삼
강조한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규제개혁 입법내용의 변질은 이익단체의 로비
뿐아니라 각부처의 이기주의외 이에 편승한 국회의원들의 입법권 남용이 만들
어낸 합작품으로 볼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대통령의 경고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그런 경고차원에 그쳐서
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규제개혁의 본질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심의
과정에서 수정 변질된 모든 법안을 헌법 53조의 규정에 따라 국회에 환부,
재의를 요구해주기 바란다. 또한 내용이 변질된채 공포절차가 끝난 일부 법안
의 경우 빠른 시일내에 당초의 취지대로 재개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국회에는 정부가 제출한 규제개혁 관련 법안중 심의도 하지않은채
계류중인 것이 60여건에 달한다. 그런가 하면 변호사법을 비롯한 일부 규제
개혁관련 법안들은 행정부가 국회에 제출조차 하지않은 것들도 있다. 이들
법안의 처리가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규제개혁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남아있는 것들이 핵심과제인데다 형평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불만과
부작용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규제개혁은 단순한 행정절차의 축소나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바뀌고 정책의 틀이 달라져야 한다. 국회는 물론 정부도 규제
개혁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때인 것같다. 특히 국회는 나머지
규제개혁 관련법안 처리에 있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좀더 신속히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