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성장산업은 문화산업과 시스템산업이다. 한마디로 첨단서비스
산업이라 할 수 있다. 공산품 가운데서도 문화 소프트웨어가 많이 포함된
문화산업 제품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평론가인 구사카 기민도 "소프트화 경제센터" 이사장
은 "문화산업 시대가 온다"고 단언한다.

가라오케와 만화가 산업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을 이미 20년전에
내놨던 그다.

당시만해도 아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나 예측은 적중했다.

문화산업은 놀이문화에서 출발한다는게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도쿄시내 도라노몽에 있는 "소프트화 경제센터"에서 구사카 기민도 이사장
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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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김경식 < 도쿄특파원 > ]


- 일본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고 야단이다.

일본이 왜 이렇게 됐는가.

<> 전후 50년 동안에 일어난 2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한가지는 경제발전이고 다른 한가지는 국제사회로의 복귀다.

모두 기대 이상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과도한 성공을 거둔 그 자체가 바로 불경기의 원인이다.


- 정부 행정이야말로 구조적인 불황업종이라고 지적해 왔다.

또 정부의 거대화가 불황의 원인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 정부 규제에 의존하는 산업이 40%에 이른다.

정부를 줄이면 이들 기업이 설땅을 잃어버린다.

관료와 기업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의 기능부터 새로 정립해야 할 때다.

일본의 장래를 위해 아주 중요한 시기다.

하시모토 전총리의 6대개혁을 지지한다.

개혁을 추진하다 보면 경기부진이 오기도 하겠지만 재생의 가능성도 열린다.

알콜 중독을 극복하려면 금단현상을 먼저 이겨내야 하는 것과도 같다.

그것이 힘들다고 한잔이라도 술을 마셔버린다면 결코 중독을 극복할 수
없다.

지금의 일본이 바로 금단현상을 느끼고 있는 순간에 처해 있다.


- 아시아 위기가 발생하면서 일본식 경제철학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많다.

<> 그런 비판은 적절치 않다.

크게 보면 오히려 세계가 일본을 닮아오고 있다.

일본의 세계화가 아니라 세계의 일본화가 진행되고 있다.

열심히 일해 부를 축적하는 일본식 근면주의가 세계에 퍼져 나가고 있다.

군수산업에 의존하는 나라는 설땅을 잃게 된다.

이로인해 국제관계도 변화할 것이다.

패권주의에서 덕치주의, 다시말해 유교주의로 바뀐다.


- 그러나 미국의 시각은 다른 것 같다.

미국은 오히려 일본 책임론을 주장해 왔다.

<> 미국은 덕을 잃었다.

이익만을 찾다가 신용을 잃었다.

아시아 위기의 책임은 일본이 아닌 미국에 있다.

그런데도 "일본이 나쁘다" "한국이 잘못됐다"고 몰아부쳤다.

미국도 덕치주의로 나가야 한다.


- 경제의 소프트화시대가 온다고 주장해 왔다.

소프트화경제란 무엇인가.

<> 선두에 나서는 것이다.

앞에서 뛰는 포런너(Forerunner)다.

소트화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 인연이나 습관을 버려야 한다.

사고와 행동이 모두 플렉시블(Flexible) 해지는 것이다.


- 소프트화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과거를 잊어버려야 한다.

전통적인 이상들은 정도껏 추구하면 된다.

다가오는 현실을 봐야 한다.

그리고 미래현실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끝없이 변신해야 한다.


- 문화산업이 21세기의 성장산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 산업은 문화가 축적돼 쌓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문화가 보급되는 과정에서 산업이 생긴다.

자동차산업은 돈있는 사람이나 젊은사람들의 놀이문화의 산물이다.

자동차는 놀이를 위해 탄생됐다.

그러다가 일반인들에게 보급되면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

마침내는 산업이 됐다.

항공산업도 놀이문화 덕택에 자리를 잡았다.

단체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점보여객기가 발달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점보기와 SST를 동시에 개발했었다.

SST는 점보보다 속력이 2배나 빠르다.

따라서 가격도 3배나 됐다.

그러나 1백명정도 밖에 탈수 없다는 것이 승패를 가른 결점이었다.

점보는 2천대나 생산됐지만 SST는 16대만 생산됐다.

점보의 압승이었다.

그 원인은 바로 단체여행객들에 있다.

놀이문화가 결과적으로 사람이 많이탈 수 있는 점보기를 선택하게 만든
것이다.

한국도 일본도 자동차를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일류 선진국이 되려면 놀이문화가 더 발전돼야 한다.


- 오래전에 만화와 가라오케가 산업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는데.

<> 당시에는 누구도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지만 20년전부터 만화와
가라오케가 산업화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결국 그렇게 됐다.

최근 한국 정부가 일본만화를 해금시킨 것은 잘한 조치다.

일본 만화를 수출할 수있게 됐다는 뜻이 아니고 한국에서도 만화가 산업이
될수 있는 제1보를 내디뎠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다행스런 일이다.

문화를 금지하면 산업은 태어나지 않는다.

미래산업은 말할 것도 없다.


- 미래의 문화산업으로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는가.

<> 요즘 젊은이들은 휴대전화로 놀고 있다.

3개 전화회사의 주식시가총액이 19개 대형은행의 그것과 맞먹고 있다.

이들의 설비투자는 6대 제철회사의 그것과 같은 수준이다.

전화회사가 이처럼 성장하는데 불과 5년 정도 걸렸을 뿐이다.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는 성장할 수 없다.

이처럼 성장산업은 모두 놀이문화에서 출발한다.


-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방법론이 있다면.

<> 일본이 미국에 이길 수 있는 산업이 3~4개 있다.

특히 전자산업은 절대로 미국에 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새뱃돈과 지하철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어린이들이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행동하는데도 자유가 있다.

미국에서는 부모의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어린이들이 지하철을 타고 아키하바라에 가서 용돈으로
게임기를 산다.

바로 이것이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는 요인이다.

요즘 미국에서는 인터넷쪽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버튜얼(가상현실) 분야의 투자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일본이 경제에 이어 문화쪽에서도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문화 쪽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모두가 용돈을 갖고 있다.

더욱이 고객들의 욕구도 대단하다.

특히 하이테크를 세계에서 가장 싸게 살 수있다.

문화산업은 하이테크를 활용해야 한다.

물론 일본인들의 고학력은 폐해도 있는게 사실이다.

유머감각이 떨어지고 놀고 즐기는데도 약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때는 강자임에 틀림없다.

특히 게임소프트웨어에 강하다.

헐리우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쪽에서도 일본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NHK의 다큐멘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 21세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보다 성숙한 사회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일본은 우선 국내개혁을 철저히 해야 한다.

2년안에 개혁을 끝내야 한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는 안된다.

다른 여유가 없다.

주변국들도 다들 자기 집안을 대청소해야 한다.

세계가 하우스클리닝을 하게되면 좋은 세상이 오게된다.


- 당신은 저강도 분쟁(Low Intensity Conflicts)시대가 오고 있다고 주장
하고 있다.

저강도분쟁이란 무엇인가.


<> 테러 게릴라 등을 말한다.

대통령의 명령으로 전쟁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정부의 군사행동은 야만적 행동으로 비난받게 된다.

기껏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경제봉쇄뿐이다.

경제봉쇄도 점차 민간기업이 떠맡게 될 것이다.

테러 게릴라 등 강도가 낮은 분쟁이 많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2백만명의 젊은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자고 주장해 왔는데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5년이면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일본 국민의 임금은 아주 높다.

따라서 공장이 외국으로 나가게되고 결국 불경기를 맞게 된다.

외국인이 일본에 와서 일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 한국도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세기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 프라이드만 내세워서는 안된다.

개인 사이에서도 교제가 시작되는 단계에서 프라이드를 먼저 드러내서는
안되지 않나.

상대로부터 먼저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한국도 소프트화해야 한다.

개인 사회 산업은 물론 나라까지도 소프트화돼야 한다.

한국의 경제수준이 아직 그리 높지않기 때문에 소프트화의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이미 변화가 시작됐기 때문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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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사카 기민도 약력 >

<> 1930년 효고현 출생
<> 도쿄대 경제학부 졸업
<> 일본장기신용은행 이사
<> 경제기획청 종합개발국 근무(58년-63년)
<> (현)소프트화 경제센터 이사장
<> 다마대 대학원 교수
<> 국제연구장학재단 회장
<> 주요저서 = "신문화산업론" "소프트 경제학"
"엔이 움직인다. 일본이 눈뜬다" "안녕, 빈곤 경제학"
"식탁으로부터의 경제학" "경제는 권력을 이긴다" 등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9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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