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유행의 발신지는 이태리 밀라노다.

밀라노는 유럽의 동서남북 어디로나 이어지는 좋은 위치에 힘입어 일찌기
상공업도시로 발달했다.

70년대초까지 품질좋은 원단 및 봉제공장 도시에 불과했던 밀라노가 파리를
제치고 세계 제일의 패션도시가 된 것은 70년대 중반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장 프랑코 페레, 지아니 베르사체가 등장하면서부터.

일본에 이어 국내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프라다 또한 밀라노에서
태동된 브랜드다.

75년 회사를 설립한 아르마니가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데는 78년 이태리
섬유기업연합회와의 계약이 주효했다.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아르마니가 연합회와 제휴, 기술자와
숙련공등을 자유롭게 공급받음으로써 디자인에 전념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밀라노가 계속해서 명성을 유지하는 것은 또 마랑고니를 비롯한 패션스쿨
에서 전위적이면서도 신선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신진디자이너를 배출하고
있어서다.

이들 학교는 베르사체 아르마니 페레 스테파넬 돌체&가바나 등 일류 패션사
및 디자이너와 협력, 학생들을 현장에 투입함으로써 산학협동에 성공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올부터 2003년까지 추진키로 한 "밀라노프로젝트(대구지역
섬유산업육성방안)"의 올예산 1천3백50억이 확정됐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엔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와 섬유패션대학 설립, 패션어패럴
밸리 조성 등 대구를 밀라노와 같은 세계적 패션도시로 만들기 위한 각종
계획이 포함돼 있다.

국내 섬유산업의 취약점인 염색문제 해결에도 상당한 예산이 책정됐다.

대구의 섬유업체는 2천5백여곳.

제2의 밀라노가 될수 있는 여건은 충분한 셈이다.

그러나 섬유산업을 고부가치산업인 패션산업으로 바꾸려면 무엇보다 세계적
브랜드를 창출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산업단지와 기계도 필요하지만 아르마니같은 유명디자이너를
키우는 일이 더 시급하다.

디자이너 없는 패션산업이란 의사 없는 병원이나 마찬가지다.

건물과 기자재가 아무리 좋아도 훌륭한 의사가 없는 병원에 환자가 갈리
만무하다.

패션산업은 새 정부가 강조하는 디자인산업 가운데 빠른 시일안에 실효를
거둘수 있는 부문이다.

섬유강국이라는 바탕위에 추진되는 까닭이다.

단 대구를 제2의 밀라노로 바꾸기 위해선 기존의 섬유산업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패션 디자이너의 발굴 및 육성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아르마니의 경우처럼 재능있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에만 전념할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제 구축이 필요한 것도 물론이다.

밀라노에서처럼 일단 재능이 인정되면 자기자본이 없어도 실력을 발휘할수
있도록 기업과 디자이너의 연계체제를 구축해주는 지원책도 필수적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