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99년,세계 경제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파고가
덮쳐오고 있다.

이름하여 "밀레니엄 라운드".

21세기의 무역질서를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다자간 협상을 뜻하는 용어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출범시킨 우루과이 라운드에 이어 9번째의 다자간
협상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오는 11월30일 미국에서는 사실상 밀레니엄 라운드의 출발점이
될 국제회의가 열린다.

바로 WTO 제3차 각료회의다.

1백32개 WTO회원국들은 작년 5월 제네바에서 열린 제2차 각료회의때
"밀레니엄 라운드의 협상범위와 방식을 3차 회의에서 매듭짓자"고 합의한
바 있다.

이에따라 각회원국들은 밀레니엄 라운드에서 자국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벌써부터 치열한 사전 물밑 작업을 진행중이다.

협상의 범위와 방식 등을 놓고 서로 이해가 일치되는 나라들끼리 합종연횡
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

사실 WTO 회원국들은 밀레니엄 라운드의 필요성에만 원칙적인 합의를
이루었을뿐 구체적인 협상범위와 방식, 기한 등에 대해서는 십인십색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밀레니엄 라운드"라는 명칭 자체도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아이디어일뿐
아직 정식으로 채택된 용어는 아니다.

우선 협상방식과 관련해서는 한국을 비롯,EU 호주 브라질 등이 일괄타결
(single undertaking)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부문별 접근
(sectoral approach)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일괄타결 방식은 UR때와 마찬가지로 전체 의제가 모두 합의돼야 협정이
발효되는 방식이며 부문별 접근 방식은 부문별로 협상을 타결짓는 방식이다.

한국 등이 일괄채택 방식을 주장하는 것은 농업부문에서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에게 양보하는 대가로 다른 부문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에비해 미국은 주고받기(trade-off)식의 협상이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끄는데다 일부 국가의 무임승차(free-ride) 문제 등 부정적 측면이 크다는
점을 들어 일괄채택 방식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한편 캐나다는 양자를 절충한 집단별 협상(clustering)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 방식은 비슷한 분야의 협상의제를 묶어 일괄채택하는 방식이다.

협상범위에 대해서는 각국의 견해차이가 더욱 벌어져 있다.

EU와 호주 등은 UR에서 완전타결되지 못한 농산물 및 서비스 등 기설정
의제(BIA:Built-in-Agenda)는 물론, 공산품의 추가관세 인하와 환경, 경쟁
정책, 노동, 부패 등의 새로운 현안 등까지 모두 포함하는 포괄협상을 제시
하고 있다.

이는 협상방식과 관련, 일괄채택을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도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반면 상당수 개도국들은 새로운 현안들을 포함시키는데 대해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인도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 일부 개도국들은 공산품 추가관세
인하에도 반대하며 아예 농업과 서비스 분야만을 채택할 것을 주장하는 등
개도국간에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편 미국은 현재 민간분야와 협의중이라며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으나 포괄협상보다는 개별협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밀레니엄 라운드에 대해서는 아직도 수많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밀레니엄 라운드의 필요성이 지난 96년 제1차 WTO 각료회의에서 제기된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아시아 러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이 잇따라 경제위기에
빠지면서 밀레니엄 라운드 논의에도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이들 신흥시장의 경제위기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보호무역주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다자간 협상을 서두를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특히 WTO내에서의 논의와는 별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태경제
협력체(APEC) 등에서도 밀레니엄 라운드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 환경, 부패
등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상당한 논의가 진척된 상황이다.

따라서 오는 11월의 제3차 WTO 각료회의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밀레니엄
라운드에 시동이 걸릴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