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 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 등 기존의 4개 금융감독기관이
하나로 통합된 금융감독원이 4일 창립기념식과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올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현안은 금융구조조정
마무리를 통한 신용질서의 회복이라고 볼때 금융감독원의 새 출발은 여러가지
면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외환위기의 발생원인중 하나가 금융감독기능이
취약한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누차 검증된바 있다. 그런 점에서 금융감독원의
발족은 종래의 4개 금융감독기구가 하나로 통합했다는 물리적 변화로 인식해
서는 안되고, 막중한 책임이 새롭게 부여됐을 뿐아니라 업무능력을 향상시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임을 우선 주문하고 싶다.

또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사실상 주도해왔던 점을 감안할때 이를 마무리하고 내실을 기해야 하는 것도
금감원이 맡아야할 핵심과제라고 본다. 올들어 새롭게 출범한 한빛은행등
거대은행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춘 건전은행으로 발돋움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금감원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중의 하나다.

우리는 새로 출범한 금융감독원에 대해 기대가 큰 만큼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없지않다는 점을 아울러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그동안 기업및 금융
구조조정과정에서 보여준 금융기관에 대한 유형무형의 영향력 행사는 특히
우려할만한 것이었다. 최근 금융기관 통합과 인사를 둘러싸고 "관치금융의
부활"시비가 대두된 것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물론 정부가 은행의
대주주이고, 금융구조조정이 진통을 겪는 혼란스런 상황에서 정부의 영향력
행사를 나쁘다고만 단정할수는 없지만 지나친 개입은 과거의 비능률을 재현
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

금융기관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책임질수 있는 체제로 다시 태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금감원의
첫번째 역할과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헌재 원장이 창립기념사
에서 밝힌 "불필요한 규제와 간섭, 그리고 군림하는 자세를 버리고 전문인력
을 중심으로 다시 태어나 구조조정의 모범을 보이겠다"는 약속이 차질없이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새로 발족한 금감원은 36개 국, 6개 실등 총42개 부서에 1천3백명에 가까운
인원으로 구성된 거대 조직이다. 흔히 회사나 조직이 통합될 경우 파벌이
생기고 알력을 빚어왔던게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내부적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금감원이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혼자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일부
업무에서 한계가 모호한 재정경제부와의 영역 재조정과 협력체제 구축은
금융감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