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거리로 유명한 일본 도쿄의 시부야.

98년 7월16일부터 현금이 필요없는 "현금 해방구"로 탈바꿈했다.

전자화폐 실험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번 실험은 비자카드와 도쿄 미쓰비시은행 등 46개 업체들이 결성한
시부야 그마트카드 소사이어티(SSS)가 주관하고 있다.

시부야 전자화폐는 선불카드 형태

IC칩이 내장된 카드를 구입한 뒤 액면 범위내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물론 액면을 다 쓰면 거리에 설치된 현금 충전기를 통해 채워 넣을 수 있다.

자신의 예금계좌에서 돈을 이체하면 그만이다.

편의점 영화관 가라오케 등 시부야 거리 2천여개 점포가 가맹점으로
등록했다.

가맹점에는 호스트 컴퓨터와 연결된 단말기가 설치됐다.

전자화폐 사용자들은 잔고와 사용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휴대용 단말기를
갖고 다닌다.

따라서 시부야에서는 전자화폐 하나면 OK다.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서 세는 번거로움은 없다.

우수리로 거슬러 받는 동전을 어떻게 가지고 다닐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형체없는 돈" "사이버 머니"로 불리는 전자화폐가 실생활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21세기는 전자화폐의 시대라는 예상은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관련산업도 급격히 팽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각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전자화폐는 두가지 형태.

카드형과 네트워크형으로 구분된다.

시부야 전자화폐는 카드형.컴퓨터 소프트웨어에 전자기호로 화폐가치를
저장했다가 인터넷등으로 전자상거래를 할 때 사용하는 것이 네트워크형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75개 국가를 조사한 결과 36개국에서
76개 카드형 전자화폐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이 가운데 몇개는 다른 나라에도 보급되고 있다.

미국 비자카드사가 개발한 "비자 캐시(Visa Cash)", 영국 몬덱스사의
"몬덱스(Mondex)", 벨기에 뱅크시스사의 "프로톤(Proton)" 등이 대표적인
프로젝트들이다.

이에비해 상용화단계까지 들어선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는 두종류에 불과하다.

미국의 사이버캐시사가 개발한 "사이버코인"과 네덜란드 Digi 사의 "이-캐시
(e-cash)"가 그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이들 두가지를 도입하는 형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자화폐가 정착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98년 10월말 시티은행과 체이스 맨해튼은행이 사업철수를 선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비자카드 마스터카드와 손잡고 97년 10월부터 뉴욕에서 시범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단말기 사용을 중단하는 가맹점이 늘고 전자화폐 장당 거래액이
미미하자 결국 손을 들어 버린 것이다.

전자화폐 지불범위가 제한적이었던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소액현금이 많이 필요한 공중전화 버스 지하철 택시 등의 요금계산과
결합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전자화폐가 제대로 보급되려면 사회 경제적 여건이 좀더 성숙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법제정등 제도적인 장치 <>시스템 개발사업비 <>시스템의 안정성
<>이용동기 부여 등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전자화폐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전자화폐 제작과 관련된 산업이다.

일본의 데코판 인쇄사는 지난해 10월부터 IC카드 생산공장을 가동시켰다.

40억엔을 들여 지은 바닥면적 2만6천여평의 이 공장은 일본 최대 규모다.

이 회사는 2000년에 2백억엔의 매출을 잡아 놓고 있다.

후지쓰는 독일의 지멘스와 제휴해 차세대형 IC카드를 개발중이다.

97년 7억장인 IC카드가 2000년 50억장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에 기초한
경영전략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