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osj@moe.go.kr >


어린 시절 한번쯤은 초저녁 겨울 밤하늘에 무리지어 편대를 이루며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올려다
보며 상상의 나래를 폈던 것은 겨울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 아이들은 계절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달력으로만 느끼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일곤한다.

나는 겨울철이면 가끔 한강 하류에 있는 철새 보호구역에 가보곤 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새떼의 종류와 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았다.

어디 한강뿐이겠는가.

철새가 많이 모인다는 주남저수지나 낙동강 하구에도 철새의 종류나 수가
현격히 줄고 있다.

우리가 자랑으로 여겼던 크낙새 등 토종생물도 약 2백여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나라가 다양한 생물을 보존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더 많은 자원을
지닐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잘 것 없는 풀 한 포기,벌레 한 마리도 생태계의 균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인간은 그 속에서 호흡하며 살아가는 작은 존재일뿐이다.

세계 각국별로 동식물에 대한 특허권 설정이 급속히 확대되어 가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단기간에 쓰레기종량제를 성공시킨
민족이다.

그러나 아직도 내가 흘린 식용유 한 방울, 기름 한 방울, 농약 한 방울이
곧바로 우리의 식탁을 오염시키고 산성비가 되어 내 머리에 떨어진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학교에서 환경교육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우리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밤하늘의 기러기 떼를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내년 겨울에는 한강 하류에서 올 겨울보다 더 많은 철새가 모여 힘차게
비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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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필진이 4일부터 바뀝니다.

1,2월 두달동안의 집필은 조선제(월) 교육부차관, 김영세(화) 이노디자인
사장, 신영무(수) 법무법인세종 대표변호사, 이근식(목)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 황인길(금) 아남반도체사장, 김춘미(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연구
소장 등이 맡게 됩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