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재관 < 보건사회연 노인복지연구원장 >


IMF체제라는 경제위기가 우리 사회를 엄습한 지난 1년간 오리 모두는 소중
하게 지켜왔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상처받으면서 힘겹게 버텨왔다.

탑골공원, 남산 등을 배회하면서 급식소에서 주는 한끼의 식사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결식노인들을 보면서 ''노인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임을 절감한 한 해이기도 했다.

올해는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노인의 해''.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20세기의 마지막 해를 노인의 해로 선포한 것은
여러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진국의 경우 국가정책의 가장 큰 기조는 급속한 고령화사회에 어떻게
대응하는 정책을 수립하느냐여부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사회
정책장관회의의 주요 의제도 ''21세기를 위한 고령사회대책''이었다.

한국에서도 ''세계노인의 해'' 위한 조직위원회가 뒤늦게나마 구성돼 준비에
분주하다.

내년 6월에는 서울에서 ''국제노년학대회''가 개최되는 등 노인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어느덧 ''노인'' ''고령화'' ''노년계층''이란 용어가 한국 사회의 한 특징을
나타내는 핵심어로 자리 잡은 셈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노인보건복지정책은 정책입안자나 현장실무자, 그리고
관련연구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장기적인 전망이나 명확한 정책
목표 아래 일관성있게 진행된다고 평가하기 힘들다.

오히려 급격한 고령화와 이에따른 노년세대들의 복지요구가 한꺼번에,
그리고 다양하게 분출되는데 비해 아직도 이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제대로
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가장 큰 특징은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율과
노인인구의 다양한 보건복지욕구(Needs)증가 및 정책의 열악함으로 요약된다.

즉 현재 65세이상의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6.6%인 약 3백5만1천명으로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의 문턱에 와 있다.

오는 2000년에는 약 7%, 2022년에는 14.3%에 달해 고령사회(Aged Society)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산업화 및 도시화에 따른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대로 가족의
부양기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노인의 약 87%가 장기간 치료나 요양을 필요로
하는 당뇨. 관절통, 고혈압 등 질환을 앓고 있다.

중증와상노인이나 치매노인도 약 38만명에 이른다.

그렇지만 이들을 위한 재가보건복지서비스는 매우 미약하다.

양로.요양시설 역시 전국 1뱍66개소에서 약 1만3천명의 노인만이 보호받을
뿐이다.

이는 전체 노인수의 0.42%로 선진국 수준(3~5%)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노인의료비도 우리 사회보장체계를 위협하고
있다.

현재 노인의 약 55%는 월 평균 20만원이하의 소득으로 열악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문의 노인은 자체 노후대책없이 생계를 자녀에게 의존하고 있다.

경로연금 지급대상 확대 및 금액 인상 등을 통해 생활안정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노인보건복지정책의 기본이념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자립 지원''이다.

생활이 매우 어려운 노인들에 대해 국가는 적절한 소득 및 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외의 노인들에 대해서는 개인 및 가족 부담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기존 복지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건강한 노인에게는 평생교육 등을 통해 사회참여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경제력이나 신체, 정신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노인의 경우 가족이나 이웃,
나아가 지역사회가 함께 도와야 한다.

노년세대가 여생을 안전하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빨리 만들
때다.

이것이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절박한 과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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