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정계개편"이다.

"전국 정당화"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국민회의와
내각제 개헌으로 "집권 둘러리당"이란 꼬리표를 떼버리려는 자민련, 2002년
정권탈환을 노리는 한나라당 모두 각기 다른 속내를 갖고 숨가쁘게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 전 약속 대로라면 공동여당은 올해 말까지 내각제로의 개헌을
완료해 2000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

내각제를 둘러싸고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는 공동여당의 행보, 한나라당의
"자중지란"으로 인한 분열 가능성 등으로 올해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일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봐야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신년하례식에서 "정치가 잘못되면 여도 야도
망하고 정치가 잘되면 여도 야도 산다"며 정치개혁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피력했다.

김 대통령의 정치개혁의지가 결국 정계개편과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때
정계개편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여권일각에서 국민회의가 개혁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김 대통령의
핵심측근과 개혁실세들을 정치일선에 전진배치하고 오는 5월 예정된
전당대회를 전후해 발전적으로 해체한다는 설이 나오는 것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회의는 대구.경북(TK)이나 부산.경남(PK)세력을 끌어들여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으로 탈바꿈을 시도할 것이다.

지난해 이뤄졌던 개별 의원의 영입이나 국민신당의 흡수를 통한 "개헌
저지선 확보"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자민련도 연초부터 "몸집 불리기"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회의의 내각제개헌 이행 약속에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자민련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당의 체질개선을 통한 대형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공정위 계좌추적권 부여 문제나 교원정년 단축 등과
관련, 독자적인 목소리를 낸 것도 국민회의와 차별화를 통해 당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경제청문회에서 김영삼 전대통령의 증인채택을 끈질기게 요구하면서
국민회의와 한나라당내 YS세력과의 간극을 확대하려는 전략도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내 각 계파의 움직임도 정계개편의 중대한 변수다.

이회창 총재를 비롯한 당권파는 정권탈환을 위해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고
내각제를 연결고리로 한 연대까지 모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한동 서청원 의원등 비주류와 최근들어 반이회창 노선으로 선회한
김윤환 전부총재, 이기택 전총재권한대행 등이 당분간 "이회창 흔들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구도 아래서 내각제 개헌은 정계개편이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연내에 내각제로 개헌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더라도 공동여당이 개헌을 위한 재적의원 3분의 2이상 의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경우 내각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내 각 계파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어
정국 구도는 "내각제 대 반내각제"로 소용돌이 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권력의 냉혹한 속성상 대선 전 약속이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말부터 "선"경제회생론을 주장하는 국민회의 주요 당직자들의
돌출발언이 잇따라 나온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합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우선 공동여당의 한 축인 자민련의 움직임이
정국 구도를 결정할 가장 큰 변수다.

김종필 총리는 "신의론"을 강조하면서 배수의 진을 치고 있어 김 대통령과
결별할 가능성도 높다.

정국 흐름이 이같은 방향으로 결정된다면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일부세력간의 제휴,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또다른 세력과의 연대 등 복잡한
합종연횡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회의 내부에서는 "민주화 동지"인 PK와 한나라당내 일부 TK세력과
연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하는 인사들이 많다.

차기 대통령을 비호남 인사로 한다는 전제하에 어떤 형태로든 지역구도를
뛰어넘는 동서화합형 정당을 만들어 정권재창출을 노린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한나라당의 주류와 자민련이 연대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국민회의 핵심부는 공동정권의 큰 틀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정치권을
재편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체제가 지속될 경우 돌발사태에 의한 여권 내부의 갈등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는데다 거대 야당이 존재하는 상황에선 효율적인
국정운영도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에서는 "1여 1야"구도나 "1여 다야"구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정치권 개편에 대해 박태준 총재 등 대구.경북 출신들은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지만 김종필 총리가 이에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내의 어떤 세력이 동참할 지도 관심사다.

이처럼 다양한 시나리오가 점쳐지고는 있지만 각 정치세력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경제상황 등 다양한 외부적 요인도 정치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새해 정국 지도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