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여신관행을 큰폭으로 손질하고 있다.

고객에 대한 종합평가를 통해 대출한도를 설정하거나 담보없이 신용만으로
대출해주도록 여신제도를 고치고 있다.

전문직군화를 꾀하고 대출심사역제도를 도입하는등 여신 전문가시대도
열렸다.

정부에서도 1개 은행이 1개 기업의 금융을 전담토록 하는 키뱅크제도를
마련하는 등 금융기관의 여신관행 개선에 적극 "개입"하는 중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여신관행 개선에 나서는 것은 금융구조조정의 마무리가
바로 선진 여신시스템의 구축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신용을 근거로 한 여신관행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이 추가발생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그렇게 되면 67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3만여명의 금융기관 종사자가
직장을 잃으면서까지 단행한 금융구조조정이 모두 허사로 돌아가게 된다.

이같은 이유로 우량은행으로 살아남은 은행이나 합병은행, 정부의 지원을
받아 되살아난 은행 가리지 않고 여신제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도입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기업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CSS시스템은 최근 3년간 거래한 고객을 대상으로 직업 연령 거주형태 등
25가지 기준에 따라 개인의 신용도를 분석했다.

컴퓨터에 고객자료를 입력하면 곧바로 대출여부및 한도가 출력돼 나온다.

거래실적 등 은행에 대한 기여도와 담보여부가 더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국민은행도 이와 비슷한 여신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개인 신상만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대출여부가 결정돼 나오는 신용평가시스템
을 개발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여신재구축(BPR) 작업에 나서 신용위주의 대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기업의 과거나 현재뿐 아니라 미래경영상태를 보여주는 상환능력까지
반영해 보다 포괄적인 신용여신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안이다.

조흥은행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전문가 1명씩과 조흥은행 담당심사역및 신용조사역 6명으로 구성된 중기대출
외부전문가 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외부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대출여부를 심사하는 것이다.

그만큼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외환은행은 비상임이사로 구성된 리스크정책위원회를 이사회 직속으로
설치키로 했다.

외국인전문가를 영입하고 고객평가제도도 도입한다.

한 기업에 대한 여신한도를 해당기업 자기자본의 40%이내로 축소토록해
위험을 줄이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다.

전문직군화를 통한 여신 전문가들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선진국형 여신전문가인 RM(Relation Management)제도를 도입
했다.

RM은 거래기업과 꾸준한 관계를 형성하며 대출적격여부를 평가하고 재무
관련 지도도 해준다.

한미은행은 그룹심사역과 전문검사역제도를 신설했다.

그룹심사역은 자신이 맡고 있는 해당그룹의 여신 전반을 관리하고 영업점이
그룹 계열사에 대출해 줄 때 이를 적극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한다.

전문검사역은 여신 수신 외환 자금 신탁 국제금융등 분야별로 지점이나
본부부서가 영업목표에 맞게 적절히 영업하는지 검사하고 조언해 주는
자리다.

이들 전문직책은 3년이상 장기 근속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속 근무한다.

연봉을 받을뿐 아니라 전속차량 등 임원급 대우도 받는다.

정부도 여신관행 개선을 위해 각종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선 대기업여신한도제를 6개월 앞당겨 2001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는 은행 총자본의 10%가 넘는 여신을 거액여신으로 간주, 총자본의 5배
이내까지만 대출이 허용되는 제도다.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대출금의 총한도를 정하는 총대출한도제도 마련됐다.

이와 함께 주채권은행이 기업의 대출 등 금융관련업무를 도맡아 관리하는
키뱅크제도도 도입된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돈을 빌릴 때는 모든 부채내용을 신고토록 해 이곳
저곳에서 무한정 빚을 늘리지 못하도록 여신관행도 고치도록 했다.

금융기관들은 금융구조조정이 98년에 1차로 끝났을뿐 99년에는 여신제도
개혁이라는 새로운 구조조정에 몰두하고 있다.

< 정태웅 기자 reda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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