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아침
잎 다 진 잡목림속 소나무들은
흰솜 속에 꽂아놓은 듯 눈속에 묻혀있고
대밭 얼음속엔 푸른 잎들이 서슬 높이 살아 있더군요.
눈구덩이를 헤쳐보았더니
언땅에서도 벌써 파아란 싹들이 돋아 있더군요.
새해 새아침에는
어려웠던 지난 한해동안
우리를 위해 수고해주신 큰 부삽같은 어른들을 찾아가
인사를 드려야죠.
우리를 대신하여
무수한 진흙발
무수한 돌팔매를 막아준 무르팍과
정갱이같은 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려야죠.
정말 우리를 위해
참된 말씀을 해주신
큰 그릇 같은 어른들에게
찾아가 인사를 올려야죠.
그리고
우리를 위해
진정 자신들을 소모해버린 이웃친지분들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죠.
새해 새아침
어려울 때나 슬플 때나
한결같이 우리를 받아주시던
대청봉같은 어른들도 찾아가
인사를 올려야죠.
어찌 그뿐인가요.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찾아뵈면 늘 대청마루같이 환하게 웃으시던
고향 어른들도 만나 뵈어야죠.
우리가 잃어버린 동심처럼
엄동속에서도 길다란 막대기를 들고
해를 찌르러가는 아이들의
마음도 쓰다듬어 주어야죠.
그리고
해발 팔백고지
천황봉 사자평 넓은 분지에서 휘날리는
사나운 억새풀들 큰 붓으로 감아쥐고
찬 하늘에 일필휘지하는
노스님의 신년휘호도
한 폭 얻어와야죠.
아,그리고 보니 또 있습니다.
새해에는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금강산
만폭동 계곡
청동처럼 얼어터진 퍼런 폭포 한줄기를
썽둥 베어 짊어지고 와
아랫목에서 구비구비 펼쳐 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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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권 시인 약력 ]

<> 49년 서울 출생.
<> 중앙대 영어교육과.
<> 7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 시집 "비를 바라보는 일곱가지 마음의 형태" "시편" "허심송" "산정묘지"
등 출간.
<> 녹원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