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24년. 뉴욕의 한 뒷골목. 태양이 중천에 있어야 할 오후 2시인데도
이곳은 아직 어둠에 덮여있다.

구석에 쌓인 쓰레기 더미속에는 부랑자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여기저기서 기침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오염된 대기는 이들에게 만성적인 기관지병을 가져다 주었다.

수년간 태양을 보지 못한 이들의 눈은 동공이 풀린 멍한 상태다.

태양이 없기 때문에 낮과 밤의 구분이 없어진지 오래다.

태양이 없어진 것은 오존층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대기오염으로 급속히 늘어난 오존구멍은 북미대륙과 유럽의 상공을
뒤덮었다.

이때문에 수십만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피부암으로 죽어갔다.

누구도 직접 태양빛을 쬘 수가 없었다.

결국 과학자들은 성층권 아래에 오존층을 대체할 방어막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자외선은 막았지만 태양의 모든 빛도 함께 차단됐다.

지구는 어두워졌고 눈도 비도 없는, 날씨의 변화가 없는 세상이 됐다"

영화 "하이랜더2"에 나타난 미래 인간사회다.

오존층의 파괴로 태양을 잃고 살아가는 어둡고 비참한 모습이다.

영화는 수십년동안 인간의 파괴에서 벗어난 오존층이 회복되면서 인간이
다시 태양을 되찾는 해피엔딩이다.

그러나 실제의 인간 운명은 어떻게 될까.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소설은 대부분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인간의
소외와 환경파괴로 인한 인류의 생존위기를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도 이같은 상황설정에 공감한다.

20세기에 인간이 유발한 각종 환경문제가 21세기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재앙의 징후는 이미 여러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화석연료사용이 늘어나면서 기후온난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돼 당장 어떤
수를 쓰지 않으면 언제든지 큰 재해를 일으킬 태세다.

국가간 기후변화기구(IPCC)는 21세기 지구 기온이 10년마다 0.3도씩
올라간다고 전망했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몇가지 시나리오를 근거로 대기, 해양시스템 모델을
사용해 추정한 결과다.

이는 지난 1만년 역사상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더 나아가 IPCC는 2025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1990년에 비해 1도이상 상승할
것으로 결론지었다.

21세기말이면 2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기온의 상승은 먼저 수자원 고갈과 해수면증가로 인한 육지의 침식을
가져온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한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가 진전됨에 따라 북반구
강설량은 지난 73년부터, 아열대 강우량은 70년 이후 각각 10% 줄었고
해수면은 10~25cm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물공급이 감소되고 사막화 현상도 촉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온실효과로 지구온도가 올라가면 기후가 바뀔 뿐 아니라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질 것은 뻔한 일.

2100년까지 해수면이 현재보다 50cm 높아지면 육지면적이 3분의 1정도
줄어들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남극대륙을 덮은 얼음의 일부만 녹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뉴욕이나 상하이 등 해안도시 대부분은 물에 잠기고 만다.

미국의 환경학자들은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현재
추세대로 계속된다면 태평양의 마셜군도 미크로네시아 키리바시 투바루
팔라우와 인도양의 몰디브 등이 1백년내에 수장당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90년대들어 창궐하고 있는 전염성 질병도 지구온난화에 기인하고 있다.

유엔산하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패널(IPCC)은 말라리아 환자가 앞으로
30~40년내에 현재의 2배인 연간 6억명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국 자연자원보호위원회도 현재의 추세대로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최소한
전세계 인구의 65%가 말라리아감염 위험지대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기오염으로 등장한 산성비는 수생생물 삼림 토양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유럽의 경우 이미 절반이상의 삼림이 산성비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

건축물의 부식도 심각하다.

로마의 시스틴예배당,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멕시코와 이집트의
고대문물들이 산성비에 의한 부식으로 파괴돼 가고 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던 열대우림도 무너져가고 있다.

영국기상청은 남벌과 기상이변으로 매년 20억~30억t의 온실가스를
흡수해주던 숲이 2050년대가 되면 매년 20억t의 온실가스 배출원이 된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삼림은 물을 저장해 토양의 침식을 막고 대기중의 이산화탄소와 산소가
균형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생명을 유지시키는데 필요한 영양염을 순화시키고 물의 순환과 대기
온도를 조절한다.

수많은 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열대수림이 파괴되면 토양속에 있던 수분이 사라지면서 장기적으로
기후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인간의 환경파괴는 지구상의 수많은 동식물을 멸종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세계자연보호연맹(WCU)과 세계보전모니터링센터(WCMC)는 적어도
3만1천4백72종이 몇년안에 멸종할 것으로 보았다.

여기에는 모든 포유동물의 4분의1과 조류의 10%가 들어 있다.

생물종이 줄어든다는 것은 언젠가는 인간도 역시 사라질지 모른다는 것을
시사하는 일이다.

21세기의 전쟁은 지구 전체를 파괴할 가공할 핵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쟁을 유발할 요소는 이미 충분히 잠재해있다.

인종.종교분쟁, 강대국의 패권주의 추구, 이데올로기 대립 등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있다.

분쟁의 잠재력이 있는 지역의 국가들은 핵무기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외에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도 핵무기를
보유하고있다.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있는 나라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중동국가등 40여개국이나 된다.

이미 지구상에는 모두 3만6천개의 핵탄두가 존재하고있다.

전체의 파괴력은 지난 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65만배나
된다.

이들 국가들마저 본격적인 핵개발에 나선다면 결과는 뻔하다.

핵이 전쟁억제차원이 아닌 살상용 무기가 될 경우 인류는 그 정도와
관계없이 엄청난 비극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