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꼭 1천년전 두번째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서기 1000년께
인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예수가 탄생하던 AD1년은 로마가 지중해세계를 통일하고 본격적인 황제
시대로 넘어가던 때다.

고대 그리스를 중심으로 한 헬레니즘이 막을 내리고 헤브라이즘 시대가
열렸다.

중국에서는 이상주의자 왕망이 등장, 주대로의 복귀를 외치며 신을 건국
했다.

채륜이 종이를 발명, 기록문화의 토대를 마련한 것도 바로 이 때다.

우리나라는 고구려의 태동기로 비로소 선사에서 역사의 시대로 넘어갔다.

그로부터 1천년후.

서양에서는 교황의 절대권력이 무너지면서 왕과 영주의 힘이 커지기 시작
했다.

신성로마제국(독일제국)이 들어섰다.

그린랜드의 발견 등 제1차 지리상의 발견이 이뤄졌다.

상인들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다.

중동에선 이슬람세력인 셀주크 터키가 부흥, 유럽과 아시아의 교류를
막았다.

유럽각국이 교역로를 뚫기 위한 십자군전쟁을 일으킨 것도 이즈음이다.

중국은 송나라 시대로 접어들며 동양에서도 근대적 르네상스가 일어났다.

본격적인 과거제도의 실시로 근대 관료제국가로서의 토대를 마련했다.

나침반 화약 인쇄술 등 인류문화의 3대 발명이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고려 초기에 해당된다.

건국당시에 막강했던 왕권이 쇠약해지고 무신세력이 권력을 잡았으며
밖에서는 거란이 침입하는 혼란기였다.

외적침입을 물리치고 호국의 염원을 담은 팔만대장경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밀레니엄의 전환기마다 이처럼 중요한 역사적 변화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밀레니엄을 맞는 축제나 이벤트를 준비한 것 같지는
않다.

세기말적 불안감도 찾아볼 수 없다.

1천년전만 해도 "시간"과 "진보"에 대한 개념이 요즘처럼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장대한 역사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세기전이다.

인류가 미래를 의식하고 준비하면서 밀레니엄은 "역사적 대전환점"으로
자리잡게 된 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