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경제백서"를 통해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초래한 원인은
다름아닌 정부의 비현실적인 환율정책 탓이라며 "자아비판"을 하고 나섰다.

재경부가 공식 보고서를 통해 외환위기의 잘못을 시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재경부는 지난 31일 내놓은 "98년판 경제백서"에서 외환위기의 첫번째
직접적인 원인으로 주요 정책당국자의 정책실패를 꼽았다.

백서는 국내 경제규모가 커져 개별 경제주체의 행위를 정부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적절치 못한 정책으로 상황을 타개하려 했던
점을 지적했다.

특히 환율을 통화정책과 분리해 운용해선 안된다는 것은 경제상식인데도
환율을 정부가 원하는 수준에서 관리하고자 했던 것이 잘못이었다고 밝혔다.

백서는 당시 청와대와 재정경제원을 중심으로 "경쟁력 10% 강화 운동"을
추진하며 원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려
했던 것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경제정책에 대한 엄밀한 연구없이 구호에 집착했던 점도 꼬집었다.

백서는 당시 "고비용 저효율 구조 타파" "과소비 추방" 등의 구호는 단지
구호일뿐이었다며 그 원인과 문제해결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백서는 기아자동차 처리에서 국민정서로 대변되는 여론이나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했던 것도 위기를 부른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아문제 처리를 지연시킨 시민단체 언론 정치권에도 살며시
화살을 돌렸다.

이번 백서는 재경부 각 과의 사무관 등 35명의 관료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7명 등의 연구진이 공동 집필했으며 재경부의 주요 과장들이
편집을 맡았다.

한편 재경부는 KDI와 공동으로 외환위기의 원인과 과정을 집중 분석한
별도의 "외환위기 백서"를 올해안에 작성할 예정이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