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준비는 돼있으나 통화 단일화의 장점을 이용할 준비는 안돼있다"

99년1월 탄생하는 유러화와 관련, 외국계은행들이 국내은행들의 준비상황을
분석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 국내 은행들은 유러화가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예상,
유러화 출범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유러화준비 평가 =기본적인 준비란 <>유러화계좌 개설 <>기초 전산시스템
<>유러화 환율 및 금리 고시시스템 <>유러화 예금상품 개발 등을 말한다.

이같은 부문에선 유러화 출범을 맞을 준비가 돼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통화를 자유자재로 전환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않았다는게
외국계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시말해 유러 한 계좌로 마르크를 취급하고 프랑을 받을 수 있어야하나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얘기다.

서둘러 유러화 준비를 해왔던 외환은행마저 이같은 전환이 안됐다는 것이다.

또 국내은행들은 유러화 계좌를 개설하면서 통합 11개국에 있는 결제계좌를
그대로 존속키로 결정, 계좌수만 더 늘리는 꼴이 됐다.

국내 은행은 유럽 11개국에 평균 30개씩의 결제계좌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30개를 전부 폐쇄하고 유러화 한 계좌만 개설해야
유럽통화통합의 장점을 누리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은행들은 일단 결제계좌를 병행키로 했다.

30개 플러스 알파가 됐다.

유로화계좌도 한개만 개설하는게 아니라 여러 군데에 몇개씩 열기 때문에
계좌수는 더 늘어났다.

전문가들의 설명은 이렇다.

"이쪽 저쪽에 계좌를 갖고 있으면 유러화로 들어와야할 돈이 길더화 계좌로
유입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잔액대사(reconcile) 등의 불편을 낳는다.

국내은행 관계자들은 "준비기간이 짧았던 데다 단일 계좌에 대해 불안한
구석이 많아 병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일관성있는 준비가 부족했다는 뜻이다.

<> 은행별 준비상황 =그나마 광주 외환 신한 기업 하나 은행 등이 유러화
준비에 발빠른 모습이다.

외국계은행 관계자들은 국내은행중 광주은행의 유러화 대처방식이 가장
앞서있다고 말한다.

국내은행들은 해외에서 유러화계좌를 가져야할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외환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하는데 지방은행인 광주은행만 유일하게 유러화
단일계좌를 만든다는 것이다.

광주은행은 연내에 모든 전산시스템을 유러화에 맞게 구축하는 작업을
끝내고 99년1월1일부터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 6월 간부직원으로 "EMU 대책반"을 구성, 각종
정보수집 및 분석을 통해 전략적 실무적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

동시에 유럽지역 각 점포내 EMU(유럽경제.통화동맹)전담자를 별도 선정,
EMU 대책반과 협의를 통해 현지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9월에는 제휴은행인 독일 코메르츠 은행에 관련 직원들을
파견, 현지 정보습득 및 분야별 연수를 받게 한 후 이를 토대로 실무 분야별
대응방법을 확정했다.

EMU출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유럽소재 점포 경영의 경우 점포통폐합
및 마케팅 활동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99년1월부터 환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화자금 조달시 미 달러화
일변도에서 유러화 비중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외화 자산.부채 관리에서도 달러 비중을 단계적으로 감소시켜 외화유동성
위험을 줄이기로 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유러화 표시 자산담보부채권(ABS)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들 은행과 비슷한 내용의 대책을 세우고 12월중
기업들을 상대로 유러화 대응전략 설명을 갖기도 했다.

<> 전문가들의 조언 =도이체 은행 송종한 서울지점장은 "종전에 마르크나
프랑화 표시로 갖고 있는 채권이 어떻게 되는지를 살펴봐야한다"고 지적한다.

국채의 경우 유러화 표시로 자동 전환되는데 끝전처리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사오입이 있거나 현금으로 끝전을 결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리
알아보라는 충고다.

이와함께 유러화권 통화간 환산은 반드시 삼각계산법에 따라 유러화를
경유해야 한다는 사실도 상기해야한다고 말한다.

또 기존 통화로 맺은 계약이 계속 유효한지 법률적으로 체크하는 작업도
빼놓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유러화 출범이후 문제가 될 수 있는 금융계약은 만기가 2002년 이후인 계약,
11개국의 법정통화로 체결된 계약, EU법 이외의 법률에 근거한 계약들이라고
한다.

첫번째와 두번째 유형의 경우 EU법에 근거한 계약이라면 유러화로 전환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세번째 유형으로서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일리노이주 뉴욕주 일본
스위스 법령이 아닌 여타 관련 법령에 근거한 계약은 법률적 자문이 필요하다
는 설명이다.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유러화로 전환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계약전환과 관련해 알아둬야할 사항으로는 계약내용 변경에 따라
기준금리도 달라져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개별통화의 소멸로 지금까지 표시되던 개념의 기준금리가 없어지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브뤼셀에서 고시하는 은행간 대출금리인 유리보(EURIBOR)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럽지역에서의 영업전략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시장이 통합되면 예금 대출위주의 뱅킹은 영업력이
떨어지고 자본시장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업의 경우 지역간 구별이 없어져 경쟁이 격화될 것이지만 증권시장은
통합으로 인해 유동성이 좋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따라서 채권과 주식발행이 용이해질 것이고 돈도 덩달아 이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영업전략도 이같은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져야한다는
조언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