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풍년서 풍년사약하
장안유빈자 위서불의다

다들 말한다 풍년이 들거라고/풍년이 들면 어떻다는건가
장안에 가난한 사람 많으이/상서로움 알리는 일도 지나쳐선 아니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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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당 때의 시인 나은이 겨울에 내리는 눈을 읊은 시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다양한 계층이 있고 각 계층 사람들이 지니는 생활
감각이나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가 서로 다르게 마련이다.

눈이 오면 우선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 깨끗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시골집 강아지가 들판을 쏘다니며 발자국을 남긴다.

아이들도 밖으로 뛰쳐나와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도 즐긴다.

부유층 자녀들은 "스키장"으로 마음이 달려가고 백화점 담벽에는 눈썰매를
타고 선물 가지고 오는 "산타"할아버지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산동네 비탈길 연탄 나르는 아주머니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