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가 ADL(아서 D 리틀)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을 제기키로한 것은
정부와의 충돌을 피하면서 반도체사업을 지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향후 전개될 현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ADL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대외적으로 실추된 회사 이미지를 만회하려는 전략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LG반도체의 소송 결정은 그동안의 빅딜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사실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LG는 지난 11월10일 ADL사가 평가기관으로 선정된 이후 계속 ADL과 평가
기준을 놓고 마찰을 빚어 왔었다.

LG는 경영주체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회사에대한 평가기준과 기준별 가중치
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ADL은 "평가기준은 평가를 해가면서 마련하는게 일반적인 관행"
이라며 LG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컨설팅계약서에 LG의 사인을 받지 않은채 평가 작업을 강행했다.

컨설팅 의뢰인의 제출자료보다는 외부자료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 제출
하는 바람에 마찰의 불씨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LG는 또 ADL 평가보고서에 대해서도 생산원가, 기술수준, 고객구조등 내부
자료 없이는 원천적으로 판단이 불가능한 항목들이 대부분 현대우위로 판정
됐다면서 이해할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무제표도 비교되는 기준이 달라 맞비교가 불가능한데도 마치 공정한
것처럼 호도했다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현대는 98년 9월까지의 추정치를 사용한 반면 LG는 98년 상반기
공시 실적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구본준 사장은 소송결정 배경으로 "ADL이 불공정하고 자의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그는 ADL이 평가작업에 동원했다고 밝힌 20여명의 컨설턴트를 자체 파악해
본 결과 D램 전문가는 한명도 없었다며 전문성을 인정할수 없다고 주장했다

LG반도체가 ADL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지만 합병협상 자체가
완전 중단될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정부는 오는 28일 채권단회의를 열어 금융제재 방안을 논의할 예정
이다.

채권단의 힘으로 LG를 합병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LG도 합병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구본준 사장은 "소송은 내년초쯤 낼 것"이라면서 "그때까지 합리적인 평가
기준과 절차가 마련된다면 언제든지 합병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과 절차만 공정하다면 LG가 경영주체로 선정될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소송을 앞으로 진행될 현대와의 협상서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현대와 LG는 당초 7대 3이었던 통합법인 지분배분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조만간 협의할 예정이다.

LG의 소송 결정에대해 당사자인 ADL은 "보고서를 받지도 않은 LG가 보고서
의 객관성을 시비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먼저 보고서를 수령한 다음
정식으로 공정성을 논해야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와 LG간 합병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ADL과
LG간 법정소송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 박주병 기자 jbpar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