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 노사정위원장 >

올해만큼 협력적 노사관계가 절실한때도 없었다.

새로운 노사문화가 위기에 처한 국가경제를 살리기위한 전제조건이다.

노동계나 재계는 이러한 분위기를 어느정도 인식했음인지 자기주장을
최대한 자제하고 상호 협력으로 극단의 상황을 피했다.

노동계가 그동안 강력히 반대해왔던 정리해고문제도 노.사.정의 극적인
합의로 법제화될 수 있었다.

격동의 소용돌이속에서도 올해가 새로운 질서와 관행을 정착시킨 한해로
평가받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김원기 노사정위원장은 올 한해 고용조정을 둘러싸고 빚어진 노사갈등
해결의 중심에 서있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시도할 때도, 현대자동차가 정리해고문제로 분규를
일으켰을때도 그는 노사를 설득해 파국을 막았다.

김위원장을 만나 올 한햇동안의 노동계의 이슈를 되짚어봤다.

-올해 노사관계는 구조조정과 기업퇴출 등으로 큰 진통을 겪었다.

올해 노사관계를 평가한다면.

"올해 노사관계는 정말 위기였다.

폭발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나 노사가 대화와 타협으로 극한 상황은 면했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 협약기구인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이 평가를 받아야한다
고 본다.

물론 노동계의 지나친 기대와 정부측의 경직된 자세로 인해 어려움도 많았
다.

그러나 새로운 노사적 관행을 정착시키는데 필연적으로 따르는 진통이었다
고 본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노사
정위원회 탈퇴를 검토하고 있는데.

"노사정위원회는 대통령 자문기구다.

따라서 합의사항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물론 정치적 도덕적 의무는 있다.

정부측 인사들중 과거의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노동계를 힘으로 밀어붙이려
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에 회의적이던 정부 고위층들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잘 될 것으로 본다.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교원노조와 실직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문제
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될 것으로 보는가.

"교원노조는 과거 전교조에 대한 좋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 총재단회의에서 강력하게 결의를 했고 자민련 박태준 총재
도 교원노조를 허용하지 않으면 국민신뢰에 금이 간다며 허용하겠다는 입장
을 밝혔다.

연내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실직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문제는 법무부의 반대로 올해 처리가 어렵다.

역시 경직된 사고가 문제다.

실직자의 노조가입은 모든 나라에서 허용돼있다.

노사정위원회에 직접참여하지 않은 부처들이 노.사.정간 합의사항을 반대하
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반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8월 현대자동차 분규때 노사정위원회의 개입이 기업의 자율적인 정리
해고를 막았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근거없는 말이다.

현대자동차 분규시 중재단이 노조에 요구한 것은 정리해고를 수용하라는
것이었다.

또 현대자동차는 사실상 1만명이상의 정리해고를 한 바 있다.

정리해고는 기업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어야하고 사전에 노조와 성실히 협의해야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리해고 절차상의 문제가 있어 분규가 발생한 것이다.

만일 공권력이 투입됐다면 엄청난 정치적.사회적 파장을 불러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내년 노사관계를 전망한다면.

"내년초가 대단히 어렵다.

대기업간의 빅딜과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으로 실업자들이 크게 늘어날 가능
성이 높다.

또 실업의 장기화로 올해 실직했던 사람들의 저축고가 바닥나는 시점이다.

사회.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한다.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은 고용조정에 너무 무게를 둔다.

칼을 든 김에 처버린다는 생각이 강하다.

정리해고도 규모를 최소화하고 노조와 협의를 거치도록 했는데 지금 이
과정이 소홀히 되고 있다.

노조도 너무 경직된 반응을 보인다.

상항을 제대로 인식하고 차선책을 찾아 협상하는 문화와 경험이 부족하다.

고용조정은 경제적 이유로 하지만 그 규모가 지나칠 경우에는 오히려 경제
에 부담을 준다.

경제적 합리성에서 오는 이득을 상실할 수도 있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