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과학모험 소설가 쥘르 베르느는 1873년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작품을 발표해 전세계인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주인공 포그는 각종 교통수단을 동원해 가며 천재 인재를 뚫고 세계일주
모험을 감행한다.

그 가운데 기구를 타고 위험속에서 탈출하는 대목에 이르면 그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전 명배우 데이비드 니븐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야기다.

그러나 사람이 타는 열기구는 소설이 나왔을 당시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니
었다.

프랑스의 몽골피에 형제는 그보다 벌써 90년전인 1783년6월 리옹에서 짚을
태워 데운 공기를 넣은 기구를 타고 3백m 고도까지 올라갔고 두달 뒤 파리에
서는 샤를이 최초의 수소가스 기구를 띄워 올렸다.

1849년부터는 유럽에서 기구가 폭탄을 실어 보내는 군사용으로 처음 사용
됐다.

고립된 지역의 우편물과 요인탈출용으로도 쓰였다.

미국의 남북전쟁때는 정찰용으로, 세계대전때는 기상 관측용 공격용으로
사용했다.

특히 일본은 제트기류를 이용해 폭탄을 넣은 기구를 미국까지 날려보내
"풍선 폭탄"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제 군용기구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유럽에서는 많은 애호가들이 즐기는 레저 스포츠의 자리를 굳혀 각광받고
있다.

논스톱 세계일주에 도전한 열기구 버진 챌린저호가 지난 18일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떠나 19개국 영공을 통과해 어제는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갔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스티브 포셋이 세운 2만3천 의 비행기록은 깼지만 세계일주라는
신기록을 세우기 위한 도전이다.

이 대모험에 열기구 기록의 라이벌인 영국과 미국의 백만장자가 함께
탔다는 것도 흥미롭다.

17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어느 물리학자는 "사람들이 자기 힘으로는 아무리
재주를 부려도 날아다니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지만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도전은 아직 끝이 없다.

그것은 점보기를 타거나 우주선을 타는 것과는 또다른 붉가능에 도전하는
창조적 인간의 모험이다.

이들의 비행이 순조롭게 진행돼 인간승리의 소식을 듣는 것으로 새해를
활기차게 시작했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