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는 사상 초유의 소비빙하기를 맞아 악전고투하며 한해를 보냈다.

곤두박칠친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업체마다 안간힘을 다했지만 매출은
1년내내 하강곡선을 그렸다.

중견 유통업체들이 연이어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한명이라도 더 고객을 불러 모으기 위해 미끼상품 폭탄세일 경품잔치 등
온갖 기발한 카드가 다 동원됐다.

하지만 업계의 노력은 ''메아리 없는 외침''격이었다.

평균 마이너스15%를 밑도는 쓰디쓴 역신장률만 기록으로 남았다.

내수시장 기반 붕괴를 알리는 적신호가 곳곳에서 깜박거렸다.

월마트 까르푸 프로모데스 등 외국계 유통업체들은 이 틈을 노려 한국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국내업체들도 위탁경영 기업인수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서둘렀다.

소비빙하기, 실질적인 유통시장개방 원년, 가격및 업태파괴 등은 98년
유통업계가 남긴 커다란 발자취들이다.


<> 소비심리 냉각과 가격파괴 경쟁 =백화점업계는 지난해에 비해 평균
마이너스 15%의 역신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롯데가 마이너스 3.6%를 기록한 것을 비롯 미도파 마이너스 33%, 뉴코아
마이너스 35%, 갤러리아 마이너스 20%, 애경 마이너스 16%, 경방필
마이너스 20% 등 모두가 뒷걸음질쳤다.

70년대이후 지속돼온 고성장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편의점과 대형 슈퍼마켓도 점포당 매출이 지난해보다 5%가량 줄었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점포당 4억9천4백만원의 매출에 그쳐 지난해(5억8백만원)
보다 1천4백만원이 줄었다.

재래시장도 도매상가의 경우 매출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업체들은 매출 만회를 위해 앞다퉈 가격파괴 전략을 앞세웠다.

이익률보다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더 싸게, 더 많이" 팔기 경쟁을
펼쳤다.

가격파괴 원년으로 기록될만큼 업체간의 힘겨루기는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특히 미국의 월마트가 한국진출 기념으로 내놓은 회심의 "미치광이 세일
(crazy sale)"로 할인점시장은 가격파괴 전면전으로 내달았다.

E마트와 까르푸가 즉각 대응에 나섰고 킴스클럽 한화마트 그랜드마트 등
중견 할인점업체들도 가세했다.


<> 유통빅뱅과 빅3체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통업계의 연쇄도산은
올들어 절정에 달했다.

지난해 태화쇼핑 한신코아 화니백화점 미화당 뉴코아 블루힐등 13개 업체가
쓰러진데 이어 올해는 미도파를 비롯 세원 가든 희망 새로나 성안 등 8개
대형및 중견백화점이 부도를 냈다.

백화점으로 등록된 46개 법인중 절반인 23개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와중에 롯데 현대 신세계는 자금력과 영업력을 앞세워 업계를 "빅3"
체제로 빠르게 재편해 나가고 있다.

현대는 올초 울산 주리원백화점을 인수한데 이어 7월에는 신촌
그레이스백화점마저 사들였다.

현대는 광주 송원백화점도 위탁경영 형태로 편입시켰다.

롯데도 강남 그랜드백화점을 사들인데 이어 킴스클럽 서현점을 인수해 놓고
있다.

신세계는 할인점인 E마트의 전국 체인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분당
블루힐 백화점을 대리경영키로 하는 등 백화점 부문에서도 외형 확대를
꾀하고 있다.


<> 실질적인 유통시장개방 원년 =외국계 유통업체의 국내시장 공략이
본격화됐다.

지난 3월 프랑스의 프로모데스가 부산에 점포를 확보한뒤 7월11일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미국의 월마트가 마침내 상륙, 국내 유통업계를 긴장
시켰다.

월마트는 한국마크로를 인수, 즉시 영업에 들어가면서 앞으로 최소 10개
이상의 할인점을 추가 개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모데스도 부산점에 이어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업부지를 추가확보
하는 등 점포망 구축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미 국내에 터를 잡고 있는 프랑스계 할인점업체 까르푸도 기존 4개점
외에 울산점 대구점 등 지방 점포 확충에 열을 올렸다.


<> 할인점,쇼핑메카로 부상 =IMF체제이후 유일하게 매출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곳이 할인점이다.

할인점업계는 IMF 덕을 톡톡히 보며 백화점및 재래시장 체인스토어를
위협하면서 업계 강자로 떠올랐다.

할인점업계는 올해 전체 유통시장규모 30조원중 약 7조원의 매출을 기록,
시장점유율을 23%까지 끌어 올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처음 할인점이 선을 보인 지난 94년 전체 매출이 1천2백억원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관련 연구기관들은 "IMF체제이후 유통업계의 무게 중심축이 할인점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며 "2005년께부터는 백화점과 할인점의 위상이
뒤바뀌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 남은 과제는 구조개혁 =매출 감소를 막기 위해 허둥댔을뿐 진정한
구조개혁에는 접근도 하지 못했다는게 업계의 뼈아픈 자성이다.

미끼상품 폭탄세일등 고객 유인책만 난무했지 경영및 영업기반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노력은 눈에 띄지 않았다.

국내외 유통전문가들은 "이제 한국 유통산업도 고성장시대의 꿈에서 깨어나
저성장시대에 대비한 저비용 운영시스템및 각종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전력할
때"라고 지적했다.

다이아몬드컨설팅의 오쿠보 다카시 사장은 "좋은 상품을 싸게 판다는
목표를 세우고 저비용 운영및 경영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최우선 과제는
고객 상품 시장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 김상철 기자 cheol@ >


[ 98년 유통업계 주요일지 ]

1. 5=백화점업계, 연중무휴 영업 선언
15=춘천 미도파 부도
22=대우, 신규 유통사업 전면유보 발표
공정위, 유통규제 개혁안 확정

2. 2=백화점업계, 카드수수료 19%로 인상(종전 15%)
11=부산 태화쇼핑 법정관리 개시
16=인천 희망백화점, 화의신청
현대백화점, 울산 주리원백화점 경영권 인수
18=까르푸, 한국에 2억달러 신규투자 결정

3. 2=광주 가든백화점, 화의신청
18=미도파백화점 부도
23=광주 화니백화점 화의개시

4. 1=롯데, 할인점 1호 마그넷 강변점 개점
3=LG백화점, 구리점 개점
뉴코아, 평촌 킴스아울렛 개점
14=부산 미화당백화점 화의개시
15=프랑스 할인점 프로모데스, 한국 진출
26=새로나백화점 부도

5. 1=삼성물산, 백화점.할인점 통합운영 발표
4=신세계, 프라이스클럽 미국 코스코사에 매각
6=미도파 화의 기각
22=광주 가든백화점 화의개시
한화마트, 청주점 개점

6. 1=부산 미화당백화점 화의인가 결정
2=롯데, 그랜드백화점 인수 발표
3=현대백화점, 광주 송원백화점 대리경영계약 체결
12=농협, 창동 농산물 물류센터 개장
18=현대백화점, 신촌 그레이스백화점 대리경영계약 체결
E마트, 동광주점 개점

7. 1=그레이스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촌점으로 재개점
10=주요 가전제품 특소세 인하
11=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 한국 진출
13=자연녹지내 판매.물류시설 설치 허용
22=프랑스 할인업체 프로모데스, 서울 중계동에 부지 확보
23=백화점 상품권의 은행 판매 허용
24=월마트, 한국마크로와 1년간 상표사용 합의

8. 1=공정위, 공장도가 가격표시제 폐지
12=월마트, 1차 크레이지세일 실시
20=백화점업계, 사은행사 재개
21=롯데, 마그넷 월드점 개점
28=공정위, 할인점 불공정거래 조사

9.11=미도파 법정관리 개시
18=롯데, 광주점 개점
롯데, 농협과 농산물직거래 전략적 제휴 체결

10.11=산자부, 99년부터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자율화 발표
13=백화점 상품권의 할인판매 허용
까르푸, 창립 35주년 기념 대할인 행사
14=롯데, 아파트 경품 등장

11. 3=프로모데스, 한국에 1조2천억원 투자계획 발표
15=버스터미널내 대형백화점 설치 허용
22=까르푸, 대구 등촌동에 5호점 개점

12. 3=E마트, 전주점 개점
7=E마트, 매출 1조원 돌파
9=공정위, 99년부터 백화점 경품 자율화 발표
10=대전 동양백화점, 경품으로 주식 내걸어
18=까르푸, 울산점 개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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