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재 < 충남대 언어학과교수. 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한의학의 관점에서 인체를 보하는 약물을 쓴다는 것은 예방적 의미가 짙다.

인체의 에너지가 최대로 소모되는 여름과 겨울에 앞서 사용해야만 의미가
있다.

보약은 그래서 봄과 가을에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름은 오행 화에 해당하며 겨울은 오행 수로 상징된다.

불과 물은 자연계의 극성이라 할 수 있다.

뜨거운 불의 계절과 차가운 물의 계절을 조화롭게 넘어가기 위해, 불을
인도하는 동방목의 계절 봄과, 물을 낳는 서방금의 계절 가을에 보약을 먹는
것이다.

전자현미경의 발달로 극소의 세계를 극대의 자막에 펼쳐놓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조그만 인체의 부분도 놓치지 않고 관찰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인체는 소우주라고 했다.

우리 세포 하나하나를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지구 바깥 천체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소우주라 할 수 있겠다.

일찌기 동양의 선인들은 음양과 오행이라는 자연물을 빌어 인간을 상징화
시키려했고 이러한 노력은 자연스레 의학의 세계에까지 접목되었다.

서양의학이 그 기능적인 면이 극대화되어 우리에게 다가왔다면 동양의학은
철학의 모습으로 구체화되었다.

우리 몸에는 양이온과 음이온이 항시 공존하고 있다.

조화로운 자연의 세계처럼 건강한 이라면 음양의 이온이 상호 사이좋게
어울려 있다.

화학적 개념으로는 pH 7.2 정도의 약알칼리성 체액이 유지될 때 이러한
상태에 도달한다고 한다.

건강하지 못한 신체는 약산성의 체액으로 채워져 있고 이는 양이온의 증가로
인해 유도된다.

보약의 근원적 용도는 이러한 체액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있다.

한의학에서 강조하는 세가지 덕목이 있다면 기와 혈, 체질이다.

보기와 보혈을 가려야 하며 무엇보다 체질의 감별이 우선시된다.

사상체질론, 오운육기혹은 사주명리를 적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우수한 전통의 유형론으로서 인간을 이보다 유효적절히 구별해주는
체계는 없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