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전문가라고 하면 "지식"이나 "재주"를 떠올리기 쉽다.

그렇지만 우리 주위에는 순전히 "안목" 하나로 당당히 프로로 대접받는
사람들이 있다.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감각을 지닌 "눈썰미"를 파는 파워프로 집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최첨단 슈퍼 컴퓨터로도 흉내낼 수 없는 특유의 눈썰미로 엄청난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인간의 두뇌까지 완벽하게 복제해 놓은 듯한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이들의 영역은 영원한 난공불락의 아성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감각의 고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서화 감정을 비롯해 골동품 감정,보석 감정 등이 대표적인 분야다.

이들 앞에서 "진품보다 더 진품 같은" 모조품이나 위조품은 설 자리를 잃고
만다.

첨단 장비를 동원해 아무리 정교하게 만든 위조품이라도 이들의 눈썰미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마는 것이다.

이들은 감정에 관한 한 가히 신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보석을 예로 들어
보자.

세계적 보석 감정기관인 미국보석학회(GIA)는 보석 감정분야의 "세계
대법원"으로 군림하고 있다.

엄청나게 비싼 보석이 진짜냐 가짜냐를 판별해 주는 만큼 세계의 거부나
권력자들에게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수십명의 세계적인 보석 감정사를 거느리고 있는 이 기관은 보석감정으로
천문학적인 소득을 올리고 있다.

도시 조경이나 건축 설계 등도 눈썰미를 파는 파워프로들이 뛰는,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특히 환경과 자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이들이 없으면 웬만한 건물
하나 제대로 지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세계적인 도시 조경사로는 미국의 피터워크와 로렌스 헬프린, 일본의
사사키 등이 꼽힌다.

이들의 눈썰미를 통해 세계 주요 도시의 조경지도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고도의 예술적 안목을 주무기로 활약하고 있는 아트딜러들도 눈썰미를 파는
대표적인 집단이다.

영국의 에널리 주다, 안토니 디 어페이와 프랑스의 이봉랑벨, 다니엘 르농
등이 이 분야에서 뛰고 있는 세계적 파워프로들이다.

예술품을 보는 탁월한 눈썰미로 이들은 세계 미술품 시장의 판도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화가라면 이들이 운영하는 갤러리에 자신의 작품이 내걸리는게 꿈이다.

세계적인 화가로 인정받는 등용문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수치적이고 논리적인 컴퓨터 등 문명의 이기가 발달할수록
눈썰미의 중요성은 커진다는 점이다.

눈썰미는 다른 무엇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전문적인 노하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들에게서 컴퓨터를 능가하는 인간의 우수성을 확인하게 된다.

안목은 대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단기간에 체득할 수도 없다.

보통 10년이상 한 분야에만 매달려야 전문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감각의 고수들이 최고의 전문가 집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은 바로
희소성 덕분이다.

단기간에 공인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가 대거 생겨나기란 불가능하다.

국내 골동품 감정사로 활약하고 있는 파워프로중에는 40~50년간의 경력을
갖춘 달인들을 찾아 보기가 어렵지 않을 정도다.

이들은 불을 끈 캄캄한 상태에서도 감각 하나로 진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눈썰미 수준을 갖추고 있다.

국내 골동품 감정사로 활약하고 있는 이선우(75)옹이 그런 경우의 대표적
파워프로다.

그는 50년이상 한 우물만을 파 골동품 감정에 관한한 태두의 위치를 차지
하고 있다.

불을 끈 캄캄한 상태에서도 감각 하나로 진품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정도다.

< 류성 기자 st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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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프로 특별취재팀 ]

최필규 산업1부장(팀장)
김정호 강현철 노혜령 이익원 권영설 윤성민(산업1부)
정태웅(경제부)
장진모(증권부)
김문권 류성(사회1부)
정종태(정보통신부)
박해영(문화레저부)
김혜수(국제부)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