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 >

이달 들어 급격히 상승무드를 탄 증권시세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주요
신흥시장을 포함한 전세계 시장중 지수 성장면에서 98년 최고의 성과를 올린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외국투자가 수익률의 잣대가 되는 달러화 기준 지수변동의 경우 금년
한햇동안 두배에 달하는 놀라운 신장세를 보였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집계에 따르면 25개 신흥시장(emerging
market)중 금년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나라는 한국 그리스 태국 중국 등
네나라에 지나지 않는다.

그중 우리나라가 약 1백%의 지수성장으로 단연 1위이다.

이러한 괄목할 만한 장세변화는 여러가지 긍정적인 경제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작업의 진전 및 환율의 안정세와 더불어 지속
적인 금리하락, 그리고 이에 따른 내년도 조기경제회복 전망에 대한 기대
심리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주요선진국의 이자율 인하와 해외 포트폴리오 자금유입도 주가상승을
부추기는 역할을 해왔다.

증시 활황은 기업구조조정의 효과적 실천과 부채비율 축소를 위한 대규모
증자의 필요를 감안할때 무척 다행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국내기업들이 외자유치시에 제값을 받게 해주는 정상가격 발견기능
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며 공기업 민영화작업에도 획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증시 활황은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재정부담을 경감시켜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시장이 과열현상을 보이면서 하루 30%에 달하는 극심한
등락폭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노출하고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소액일반투자자
들이 무리한 자금유입으로 투기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자칫 또다른 거품과 파열(boom and bust)의 악순환을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런 시점에서 경계해야 할 것은 주가의 인위적 안정을 겨냥한 정책적
간섭의 유혹이다.

원칙적으로 유가증권의 가격결정은 순수한 시장기능에 맡겨져야 한다.

정부의 노력은 국내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시장의 하부구조
확충과 성숙된 투자패턴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틀을 짜고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우선 기관투자가의 육성이 시급하다.

국내자본시장의 취약성은 상당한 정도 일반투자자 중심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기관투자가 비율은 97년말 기준으로 26%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비해 절반이하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나라의 경험에 비춰 볼때 개인투자자 비율이 높은 시장일수록 주가
등락폭이 심하며 자본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관투자가의 역할증대는 우리경제가 지향해야 할 경영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기업경영의 체계적인 모니터링 기능도 기관투자가들에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새로운 뮤추얼펀드의 활성화는 이런점에서 고무적이다.

앞으로 기업연금제도와 개방형 뮤추얼펀드의 추가적 도입 등이 추진되어야
할 과제다.

아울러 투자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주식투자시 대상기업의 펀더멘털을 중시하는 중장기적인 투자자세가 요청
된다.

경마장을 연상케 하는 증권회사의 객장은 선진국에서 찾기 어려운 행태로
주식투자를 단기투기화 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관련기관들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일반 국민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올바른
인식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국내자본시장의 균형적 성장을 위해 채권시장의 발전과 시장간
(inter-market)경쟁을 통해 시장기능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은 투자자들의 합리적 자산구성을 유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재정적자 보전을 위한 국채물량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국채시장의 활성화를
기하고 정상적인 지표(benchmark)금리를 형성하도록 하는 작업이 채권시장
발전의 핵심사안이다.

아울러 코스닥(KOSDAQ)은 고위험.고수익 시장으로서 기존 거래소와 차별화를
지향해서 첨단기업의 자금조달과 투자자들의 선호에 부응하도록 육성되어야
한다.

코스닥의 육성은 거래소에서의 건전투자를 아울러 유도할 수 있다.

코스닥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미국의 나스닥(NASDAQ)의 경험과 같이
공곱물량확대 및 우량화와 함께 투자수요층의 저변확대가 요청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