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한해를 보내며 으레껏 쓰는 수식어지만 98년 올해 만큼 이 말이 실감나는
해도 드물다.

작년말 국가부도 직전의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편입된
한국경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다.

그것은 지난 30여년간 누적된 병폐를 도려내는 불가피한 "대수술"이기도
했다.

경제성장률은 지난 80년이후 18년만에 마이너스로 급락했고 실업자는
1백50만명을 넘어섰다.

안전한 금융기관의 상징이었던 은행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대마불사"의 신화를 키워온 재벌도 팔 다리를 잘라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국민들의 인내와 구조조정의 성과로 지금은 IMF 차입금을 갚아
나갈 정도로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금융시장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그덕에 실물경제도 미약하지만 꿈틀거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년간 한국경제가 걸어온 길을 다시 되짚어 봄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을 가늠해 보는 시리즈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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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햇동안 정부의 경제정책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됐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위해 구조개혁의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던
1.4분기가 1단계다.

다음 2단계는 어느정도 외환시장을 안정시킨후 부실 금융기관과 부실
기업들을 퇴출시킨 기간이다.

본격적인 구조조정 시기라고 볼수 있다.

대충 6월말까지를 2단계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3.4분기 이후 구조조정과 경기진작을 병행했던 것을 3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땐 구조조정도 퇴출 중심에서 워크아웃(work-out) 위주로 패턴을
달리한다.

이같은 3단계 정책전개를 통해 정부는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탈출하고
금융.기업구조조정의 큰 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내년부터는 만신창이가 돼버린 실물경제를 복원시키는 경제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바로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 외환위기 해소 단계

이 시기엔 작년말 해외로 빠져나간 달러를 다시 확보하는데 모든 정책초점
이 맞춰졌다.

코앞에 닥친 국가부도 위기를 넘기는 게 가장 핵심적인 과제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IMF 등 국제기구로부터 자금을 긴급지원 받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실제 작년 12월이후 금년 3월말까지 IMF로부터 총 1백50억달러의 차입금이
들어왔다.

같은기간중 세계은행(IBRD)과 아시아개발은행(ADB)로부터 차입된 돈은 각각
50억달러와 30억달러를 넘는다.

그 결과 가용외환보유액은 3월말 2백42억달러를 기록했다.

충분한 수준은 아니지만 작년말 한때 39억달러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최악의 상황은 모면한 것이었다.

환율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한때 달러당 2천원대까지 급락했던 원화가치는 3월말 1천3백원대로 회복
됐다.

이같은 외환위기 해소과정에선 지난 4월8일 발행된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40억달러도 크게 기여했다.

이 기간중 거시정책은 고금리 초긴축이었다.

당장 급한게 달러확보인데 외국인투자자금을 한국에 묶어두려면 고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게 IMF의 요구였다.

기업들의 연쇄부도가 예상됐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재정도 1차 추경을 통해 세출예산을 8조1천억원 감축함으로써 구조조정의
기반을 다지도록 IMF는 요구했다.

이로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살인적인 고금리를 못견디고 쓰러지는 비극을
맞았다.

IMF의 고금리 초긴축 처방은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 퇴출위주 구조조정단계

부실 금융기관과 부실 대기업의 퇴출이 본격화된 시기다.

정부는 지난 5월 금융기관 부실채권 매입과 증자지원 등 구조조정에 64조원
의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결정하고 부실은행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6월에 동남 대동 동화 경기 충청 등 5개 은행이 퇴출돼 다른 은행에 합병
됐다.

바로 직전엔 55개 대기업이 퇴출되기도 했다.

당시 "퇴출"이란 말이 사회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정부의 거시정책은 긴축완화쪽으로 다소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시장의 안정을 바탕으로 IMF를 설득해 금리인하와 재정확대를 유도한
것.

실물경제의 파탄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이로인해 3월말 22%를 넘었던 콜금리는 6월말 14%대로 떨어졌다.

IMF로부터 재정적자를 용인받은 것도 이때다.


<> 워크아웃과 경기진작 병행단계

7월이후 정부는 경제정책의 핸들을 경기진작 쪽으로 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내수진작을 위한 조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아예 제쳐 둔 것은 아니었다.

구조조정은 구조조정 대로 추진하면서 실물경제의 추가적인 추락을 막는
버팀목을 박아둔다는게 정부의 의도였다.

그래서 정부는 "구조조정과 경기진작의 병행추진"이란 말을 사용했다.

경기진작은 두가지 방향으로 추진됐다.

한편으론 재정적자를 크게 확대해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시중에 통화공급을 확대하고 금리를 낮추는 것이었다.

여기에 자동차 가전제품 등 내구소비재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인하하고
소비자금융을 확대해 소비를 유도하는 보완책도 함께 나왔다.

구조조정도 종전의 퇴출 위주에서 탈피해 워크아웃 중심으로 바뀌었다.

회생불능의 금융기관이나 기업은 1차로 퇴출시킨 만큼 나머지 기업들은
재무구조개선 등의 프로그램에 따라 회생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간 합병이 이뤄졌고 5대그룹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도 나왔다.

종국엔 5대그룹이 선단식 경영에 종지부를 찍고 계열사 수를 절반이하로
줄이는 등의 재무구조개선 계획을 채권은행과 합의했다.

정부는 이로써 금융.기업구조조정이 일단락됐고 이젠 본격적인 경제활성화에
나설 때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 지난 1년간 경제정책 흐름 ]

< 98.1월-3월 (국가부도 위기 해소기) >

<>.1.19 IBRD 구조조정차관협상 개시
<>.1.30 종금사 10개 퇴출
<>.2. 8 금융시장 안정 및 단기금융시장 개방계획 발표
<>.2.24 외국인 투자관련법 개정 <일방적 M&A 허용>
<>.3.16 단기외채 만기연장
<>.3.26 외평채 발행로드쇼

< 98.3월-6월 (퇴출 구조 조정기) >

<>.4. 1 금융감독위원회 출범
<>.4. 8 외평채 40억달러 발행
<>.5.19 제일/서울은행 매각주간사 계약
<>.5.20 금융구조조정비용 64조원 확정
<>.5.25 외국인 적대적 M&A 허용
<>.6.18 55개 기업 퇴출
<>.6.29 5개 시중은행 퇴출

< 98.6월- (워크아웃 및 경기진작 병행기) >

<>. 7. 8 워크아웃 추진방향 결정
<>. 7.10 내구소비재 특소세 30% 인하
<>. 8.10 임시투자세액공제 대상확대
<>. 9. 2 재정적자 GDP의 5%로 확대
<>. 9.30 콜금리 7%로 인하,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38조원 투입

<>.10.10 4개 증권사 허가 취소
<>.10.19 5대그룹 7개업종 구조조정안 발표
<>.11. 5 기아자동차 현대에 낙찰
<>.11.17 외국인 투자 촉진법 시행
<>.12. 7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
<>.12.16 5대그룹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