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rkim@hws.co.kr >

업종의 호.불황에 따라 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달라지게 마련인데 그것이 유난히 심한 업종이 증권업이다.

한때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고 증권사 주가가 4만~5만원 할 때에는
증권회사 직원에 대한 인기가 시세말로 "캡"인 적이 있었다.

여직원은 맞선을 볼 필요도 없었고 남자직원의 경우 판검사 의사를 제치고
신랑후보감 1순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입사시험 때 평균 1백1의 경쟁을 뚫고 들어온 인재들인데다
우리사주로 받은 자사주가 여직원의 경우 1억원, 남자직원의 경우 2억원 이상
평가익이 났으니 그런 신랑 신부후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것도 잠시, 94년이후 주식시장이 장기불황으로 이어지면서 연간
1천2백%정도 되던 보너스는 절반으로 줄고 회사융자 받아서 산 자사주는
액면가가 깨지면서 재산상으로는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됐다.

그래서 증권사 직원들간에는 우리사주로 받은 주식이 노비문서가 됐다는
자조섞인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한 터이다.

그런데 이러한 외부의 평가 이전에 증권업 자체가 워낙 힘든 직종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루이틀쯤 신문을 읽지 않아도 사는데는 큰 지장이 없는 것이 대부분의
직종이라면 증권업은 신문이란 신문은 다 스크랩해서 읽어야 되고, 차안에서
도 뉴스는 꼭 들어야 하고, 출근해서는 밤새 와 있는 외국통신 팩스를
체크하고, 잠자는 시간외에는 긴장하고 판단을 내려야 하니 그런 고달픈 직종
이 어디 또 있겠는가.

그래서 같이 대학졸업해서 3년후에 만나면 증권사 다니는 친구와 여타업종
종사자의 지적격차가 대학생과 중학생 정도는 난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만큼 힘들지만 자기성취가 가능한 곳이란 뜻이다.

최근 증권시장이 조금 기지개를 켜면서 그동안 비인기 직종으로 온갖 수모를
겪었던 증권맨들에게도 볕들날이 오는 것같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