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 지극하고 어진 공자도 학업에 성의가 없는 제자는 미웠던 모양이다.

재예라는 제자가 공부는 않고 낮잠을 자는 것을 보고 참다 못해 "썩은 나무
에 새기지 못하고, 썩은 벽을 바르지 못한다"고 했다.

가르쳐야 무슨 보람과 소용이 있겠느냐, 한마디로 장래성이 없다는 단념의
말이다.

공자가 가르침을 위해 회초리와 같은 교편을 사용했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지만 배우는 제자의 입장에서는 이 말 보다 더 아픈 매는 없다.

그러나 이 야단을 맞고도 재예는 공부에 뜻이 없었던지 그에 대한 뒷얘기는
보이지 않는다.

교육은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라 하지만 배우려는 사람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에게는 본래 "성장하는 힘" 또는 "발육하는 힘"이 내재해 있다고 한다.

이 힘을 돋워 바람직하게 자라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교육이 잘 이뤄지려면 교육을 받는 측의 내재적 힘과 이를 북돋는
외부의 힘이 서로 잘 합해져야 한다.

즉 합력은 교육을 가능하게 하고 교육이 있게 하는 기반인 것이다.

최근 서울 송파에 있는 어느 여고의 수업시간에 벌어진 일은 "일선 교육의
장"이 붕괴되고 있는 것을 보는 것같아 가슴이 아프다.

숙제가 많다고 거침없이 내뱉는 학생, 이를 어이없다 여기며 학생을 쥐어
박은 교사, 이를 경찰에 신고한 같은 반 동료, 곧바로 교실로 출동한 경찰,
신뢰가 떨어졌다며 신속히 담임교체를 결정한 교장 등 그 누구에서도 교육을
있게 하는 "합력"의 흔적은 볼 수 없다.

이런 판국에 교육문제라면 너나없이 끼어들려 한다.

외형적인 과밀학급은 개선됐지만 학부모 등의 개입이 더 늘어 교사들은
"새로운 과밀학급"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오붓하게 신뢰를 갖고 합력하도록 외부에서는 개입을 삼가고,
싫은 공부하게끔 독려하는 교사에게는 박수를 보내는 풍토를 만들었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