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누군가의 제안에 따라 술자리를 하게 되는 일이 종종
생기게 마련입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술값이 너무 많이 나와 술값을 서로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술값과 관련해 최근에 나온 법원의 판결을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서울 영등포에 사는 오씨는 친구 박씨와 심하게 말다툼을 하고는 며칠간
친구와 말도 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오씨는 별일 아닌 것을 가지고 친구와 사이가 멀어지는 것이 싫어서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화해를 제의했고, 그러면서 자기가 술을 한턱
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오씨와 박씨는 동네의 단란주점에 가서 술을 한잔 마셨는데, 술값이 모두
90만원이나 나온 것이었습니다.

오씨는 자기가 술을 사겠다고는 했지만 술값이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에
박씨에게 술값의 일부를 부담하라고 제의했습니다.

그러자 박씨는 무슨 소리냐고 하면서 술을 사겠다고 한 것이 오씨이니까
오씨가 술값을 다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씨는 처음에 자기가 술을 시키기는 했지만 박씨가 추가로 술을 시켰으니까
추가된 술값은 박씨가 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박씨가 완강하게 버티는 바람
에 일단 자기가 모든 술값을 계산했습니다.

오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90만원이나 하는 술값을 자기가 낸 것이 억울해
박씨를 상대로 술값의 일부를 내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내린 판결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오씨가 화해를 위해 술 한턱을 내겠다고 했으니까 일단
처음에 오씨가 주문한 술과 안주에 대한 비용은 오씨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
하고 그 뒤에 추가된 비용은 오씨와 박씨가 서로 반씩 나누어 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술을 사겠다고 한 사람이 일단 처음에 주문한
술값은 내야 하지만 그뒤에 추가된 비용은 술을 같이 마신 사람들이 균등하게
나눠서 내야 한다는 것인데, 물론 그 결론이 합리적이기는 하지만 왠지 씁쓸
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화해를 위해서 마시자고 한 술인데 술값 때문에 법정에까지 가야했다면
화해는 커녕 감정만 더 상하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술 좋아
하시는 분들에게는 기억해 둘 만한 사례가 아니가 싶습니다.

< 변호사. 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