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 중앙대교수.경제학 hongecon@cau.ac.kr >

조지 소로스는 신간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국제자본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세계경제는 엄청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가칭 국제신용보증기구의 창설을 주장한다.

금융위기국의 대외부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현재와 같이 불안한
국제금융시장은 안정성을 되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금융위기국 민간부채의 상당부분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선진국들의 자본출자로 설립된 국제신용보증기구가 금융위기국 민간 대외
부채의 주식 전환이 가능하도록 채무보증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만이 국제자본이 개도국으로 재유입되어 세계전체의 경제성장
이 지속될수 있다는 의견이다.

물론 소로스의 제안이 실행된다면 우리경제의 회복은 크게 앞당겨질 수
있다.

외채상환을 위해서 우리는 대폭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내야했고, 경제
규모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실업의 고통을 겪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어떤 형태로든 외채문제가 해결된다면 현재 정부에서 추진중인
건설경기촉진 등 내수부양을 통한 경제활성화가 훨씬 용이해진다.

또한 부채의 주식전환으로 금융기관과 기업의 재무구조가 좋아지게 되고,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과 실물부문의 구조조정도 쉬워진다.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장기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로서는 이러한 소로스 제안의 실현가능성은 크지 않다는데 있다.

왜냐하면 보수성향이 큰 미국 의회가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보수적인 일부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국에 대한 IMF 구제금융 자체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한 했다.

그러나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이책을 읽고 국제
금융제도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깊히 인식하고 남은 임기동안 안정적인
국제금융체제의 구축에 매진할 것이라는 파이넨셜타임즈의 보도이다.

또 클린턴대통령의 생각이 미국 재무부나 IMF쪽 보다는 세계은행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한다.

즉 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이 당사국의 책임만큼이나 국제자본시장의
불안정성에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기국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로스는 지난번 금융위기국의 대외부채 연장협상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외환위기국의 채무변제능력은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채권자에게 유리하게
가산금리를 추가해 연장했다는 지적이다.

사실 외채협상 당시를 회상해 보면 외환위기국의 채무탕감이나, 이자경감
등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외국의 학자나 국제금융가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이후 소로스이외에도 적지 않은 외국의 경제학자들이 외채경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의견들이 외채협상시 보다 많이 대두 되었다면 우리는 훨씬 유리
하게 외채협상을 타결할 수 있었지 않았나 본다.

소로스는 지금과 같이 불안한 국제금융상황이 지속된다면 채무국들은
자구 방어책으로 말레이시아와 같이 개별적으로 국제자본이동을 규제할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국제자본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세계 전체의 번영은
불가능하다고 밝힌다.

그러므로 국제적인 감독기구를 통해 국제자본이동을 모니터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직접적인 규제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수상에 의해 국제자본 투기꾼으로 금융위기의 주범
으로 꼽힌 소로스가 말레이시아의 자본통제에 대해 동정적인 것은
아이러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