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에 들어선 이후 유난히 문 닫는 공장이
많았던 경기도 남동공단.

을씨년스러운 주위분위기에 걸맞지 않은 밝은 색깔의 건물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양말을 벤처 품목으로 만든 인따르시아(대표 김현제)의 사옥겸 공장이다.

이 회사에 들어서면 직원들 표정이 건물 색깔만큼이나 밝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불황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섬유시장이 극심한 불경기를 겪고 있지만 인따르시아의 내수매출은
지난해 1백90억원에서 올해 3백억원으로 성장했다.

창원 대동백화점 인따르시아 매장의 경우 지난 10월초 피크를 이루던 때
하루 매출규모가 작년 1천2백만원에서 올해 1천8백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옆자리에 위치한 유명업체의 구두매장 실적을 눌러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인따르시아가 불황속에서 고성장을 하는 이유는 전통적인 양말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벤처정신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벤처정신은 차별화 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입체양말로 대표되는 패션양말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국내 패션양말 브랜드로 알려진 "싹스탑"도 초창기에는 인따르시아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했었다.

단순한 생활용품에 머물던 양말을 패션용품으로 만든 주역이 인따르시아다.

이는 디자인의 힘에서 비롯된다.

1백20여명의 종업원중 11명이 디자이너다.

내년에는 개발팀을 개발실로 확대, 더욱 많은 신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회사의 벤처정신은 지칠 줄 모른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복합기능의 양말을 선보였다.

냄새 제거에다 살균효과까지 있는 이 양말은 레몬 박하 장미 재스민 등
천연향까지 낸다.

J&C와 공동으로 개발한 이 기술은 캡슐에 항균 방취효과를 내는 향을 담아
원사에 접착, 양말을 짜는 것.

일부 대기업이 최근 공급에 들어간 향기나는 신사복이나 향 넥타이 등이
모두 이 회사의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양말은 그러나 냄새와 세균 탓에 적용기술이 까다롭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평소에는 캡슐이 10분의1 정도 열려 있다가 마찰이 일어나면 3분의2 수준
이상으로 벌어지면서 더욱 많은 향이 발생한다.

이같은 차별화전략은 세계시장에서도 먹혀들고 있다.

수출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수출은 작년의 2배 수준인 1천2백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인따르시아는 수출할 때도 독자브랜드를 고집한다.

OEM방식으로 국내외에 패션양말을 공급해 온 원창실업이 지난95년 가보통상
을 설립하면서 독자브랜드를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 9월에 인따르시아로 이름을 바꾸고 스웨덴 말레이시아 미국 일본에
인따르시아로 상표등록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현재 해외 매장은 12개로 내년말까지는 이를 5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시장은 인따르시아 양말의 경쟁력을 평가, 판권을 사들인 현지업체가
맡고 있다.

특히 최근 내놓은 기능성 양말은 수출확대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에서 향기나는 기능성 스타킹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 회사는 이에따라 내년 수출목표를 올해보다 3백17% 증가한 5천만달러로
잡았다.

물론 이 회사에도 시련은 있었다.

정부가 섬유를 사양업종으로 선언한 93년께 설상가상으로 13억원의 어음이
부도를 맞았다.

설비투자에 나서자 주변에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충고를 하기까지
했다.

노사간의 단결력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가보통상은 브랜드명인 인따르시아로
상호를 변경했다.

양말로 세계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실현하기 위한 준비였다.

인따르시아를 상징하는 토종 캐릭터와 CM송을 내년초에 내놓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현재 막바지 작업을 진행중이다.

벤처의 성공은 업종이 아니라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좌우한다는 진실을
인따르시아는 보여주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