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미래 가치를 키워 그 경영권을 사고 파는 작업입니다. 전문지식과
창조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코미트M&A 윤현수 사장(45)은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다.

회사를 사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좋은 회사를 골라 싸게 사주는 일을 주로
한다.

경영권을 넘기고자 하는 기업의 잠재가치를 개발해 높은 가격에 파는 일도
자주 한다.

그런 점에서 팔고 사는 이를 단순히 연결해주는 "중개"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A란 사람이 경영할 때 1천억원짜리 가치가 있는 회사를 B란 사람이 맡을
경우 5천억원 짜리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사이에서 가격이 결정돼야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지요"

그는 따라서 M&A 시장이 커지는 것 자체가 우리 산업의 발전과 직접 연결돼
있다고 강조한다.

윤 사장이 M&A 세계에 눈을 뜬 건 90년.

그의 나이 서른일곱살 때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재학중 공인회계사 시험을 패스한 그는 지난 76년
산업은행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80년 한외종금으로 옮겨 국제업무를 맡았다.

90년 그는 스위스 유학길에 올랐다.

IMD(국제경영대학원)에서 1년짜리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밟았다.

"영국 보험회사의 서유럽 진출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했지요.

M&A의 진수를 그때 경험했습니다.

흥미진진한 게임 속에서 다양하게 구사되는 전략을 봤지요.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귀국 후 M&A팀장을 맡아 지방행정공제회의 구리상호신용금고 인수,
우림건설의 용인휴게소 인수 등을 성사시키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96년말 창업을 결심하고 회사를 나왔다.

5명의 인원으로 여의도 63빌딩에서 시작한 회사가 만 2년만에 강남으로
평수를 넓혀 옮길 정도로 커졌다.

인원도 2배로 늘었다.

한국기업금융연수원 경서파이낸스 등 계열사도 2개나 된다.

엔케이그룹의 전기.전선업체 인수건, 베스트푸드미원의 합작건 등이 그의
작품이다.

현재 해외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은 20여건의 인수작업을 추진 중이다.

정보통신업체인 N사 Y사 K사 C사 등의 경영자문도 해주고 있다.

올들어서는 소위 "3각 빅딜"의 큰 그림을 그렸다는 사람이 "윤박사팀"이란
소문이 있었으나 실제 주인공이란 사실이 알려져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입을 닫아 빅딜이 진행될 때는 그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다.

비교적 창업이 늦었던 그가 두각을 나타낸 이유는 뭔가.

경험이 풍부하고 이론에 밝다는 점이 때문이지만 어쩌면 이건 부수적이다.

그는 짧은 기간 동안 고객에게 신뢰를 쌓았다.

어설픈 "결혼" 보다는 행복을 위한 "파혼"을 권하는 그의 스타일에 반한
사람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그는 친척이나 지인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M&A는 처음부터
거부한다.

대신 그는 "제일 미운 경쟁자에게 팔라"고 권한다.

이유는 이렇다.

"제일 미운" 경쟁자는 그 회사를 가장 잘 안다.

그 가치를 알기 때문에 사고 싶어한다.

자기가 경영을 맡으면 훨씬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그걸 건드리는 것이다.

물론 그만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팔 회사의 경영자원 극대화 방안은
만들어내야 한다.

"저 회사에 절대 넘길 순 없다"고 버티던 사람도 당초 생각보다 2~3배
가격을 받고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한탕주의를 버려야 하지요.

기업가치를 최대로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매매계약이 이뤄진 후에도
사후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창업 이후 적대적 M&A 중개는 절대 사절했다는 그의 고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국M&A학회장이기도 한 윤 사장은 M&A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시키는
일을 해볼 작정이다.

회사차원에서는 구조조정기금으로 운영되는 구조조정전문회사를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