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재 < 충남대 언어학과 교수. 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혼란의 시대를 마감한 역대의 제왕들은 초자연적 인과론을 신봉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시황제는 전국시대 제나라의 추연이 주창한 오덕전이설을 나라의 건국과
통치이념으로 삼았다.

추연은 목화토금수의 다섯 오행은 어떤 일정한 순서로 끊임없이 운행을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오행의 운행은 한 나라가 세워지고 패망하는 것과 그 궤적을 같이
한다.

운행의 순서는 근본적으로 오행상극의 순서대로 진행함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추연식의 오덕전이 순서는 토목금화수가 된다.

흙은 나무에 의해서 양분과 물을 빼앗겨서 괴로움을 당하고 나무는 도끼(금)
에 의해 베어지며 쇠붙이는 불에 들어가 녹고 불은 물에 의해 꺼진다.

진나라는, 화덕으로 세워진 주나라의 뒤를 이었기 때문에 수덕을
표방하였다.

오행 수는 색깔로는 검정, 숫자로는 생수 1과 성수 6을 상징한다.

진나라의 의복과 법제, 그리고 도량형이 어떠했는가 짐작할 수 있다.

모든 공적인 색깔은 검정색으로 통일하였으며 육촌, 육척이 도량형의 단위가
되었고 심지어는 여섯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탔다고 한다.

황하의 이름마저 덕수로 바뀌었다.

전국을 36개 군으로 쪼개는 군현제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한해의 시작기점을 바꾸어 물의 시작 달인 10월 초하루에 조례식을
가졌다.

새로운 왕조가 일어나면 전시대의 역법을 폐기하고 새로운 달력법을
시행하기 마련이다.

중국의 하나라는 인월을 정월로 삼았으며, 은나라는 축월을, 주나라는 자월
을 정월로 정하였다.

진시황은 해월을 정월로 삼았다.

해 자 축 인의 순서를 거꾸로 밟은 것이다.

진시황은 분서갱유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생각을 냉혹한 이성과 비정한
결단으로 집행한 인물이다.

이렇게 평가되는 그의 성정은, 그 자신 본래 타고난 바탕에다 통치이념으로
결합된 물의 덕이 결합된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오행 수의 겨울을 상징하는 차가움, 머물러서 보살피지 않고 쉼없이
흘러가버리는 차갑고 냉혹한 비정의 논리를 국사집행의 근본원리로 삼았다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