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가 국내에 진출, 처음으로 토종할인점인 E마트와 가격 할인경쟁을
벌였던 지난 8월15일.

E마트 분당점은 매장 문을 열기 2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하루 20대씩 38만8천원에 한정판매된 29인치 컬러TV(소비자가 77만8천원)를
사기위한 행렬이었다.

가격이 한푼이라도 싼곳으로 몰려드는 새로운 소비풍속도가 그대로 투영된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IMF체제 1년은 이처럼 소비자를 "또순이"로 변모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백화점보다는 할인점, 고급보다는 알뜰상품, 대형차보다는 소형차를
선호하는 거품 걷힌 건전소비가 빠른 속도로 자리잡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소비자들은 가격을 따지고 충동구매보다는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 새로운 쇼핑문화를 만들어냈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 3.4분기 도시근로자가구 소비지출현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도시근로자들은 올 3.4분기에 평균 1백4만9천6백원을 지출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0%에 가까운 30만4백원이 줄었다.

할인매장만 찾는 자린고비형, 묶음상품을 싸게 구입해 나누는 벌떼형, 떨이
상품을 노리는 타임서비스형 등 알뜰소비가 생활속에 깊숙이 뿌리내렸다는
얘기다.

이제 4명의 주부가 한차로 타고와 떨이 및 묶음상품을 공동 구입한후 이를
나누는것은 흔히 볼수있는 광경이다.

할인쿠폰을 들고오는 이른바 "쿠생쿠사"족도 급속히 늘고있다.

삼성 홈플러스의 이호욱 과장은 "IMF체제이전에는 1주일에 1회이상
쇼핑하는 비율이 64%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40%로 낮아졌다"며 "계획구매가
정착됐다"고 지적했다.

또 "화장지와 우유 등 저렴한 자체상표(PB)상품을 찾는 손님이 절반을
넘는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사치성 소비재인 자동차 스키용품 외제구두의 수입이 지난 8월말 현재
전년대비 85%이상 감소한 것은 이같은 계획소비의 결실이었다.

반면 라면이 부식이 아닌 주식으로 부상되면서 매출이 늘고 생선과 과일
소비가 20%까지 떨어진 것은 IMF체제가 안긴 고통이었다.

IMF체제 이후 발생한 이같은 소비패턴의 변화는 할인점과 홈쇼핑업체를
새로운 쇼핑메카로 떠오르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3조5천8백억원이었던 할인점 시장규모는 올해 67% 성장한 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시장도 지난해 8천8백억원에서 올해
1조5천5백억원으로 76% 신장할 전망이다.

반면 백화점과 동네소매점 등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매장은 고사직전에
몰려있다.

한화경제연구원은 매년 20% 안팎씩 성장해온 백화점의 올 시장규모를
지난해보다 11.5% 줄어든 14조2천억원으로 예측했다.

업계 임원들은 감소폭이 30%대에 이를것으로 보고있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고가경품과 미끼상품을 내놓을때만 손님들이 몰려든다"
며 고심하고 있다.

손님들이 정상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은 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소비자들이 유통업체들에 가격경쟁을 요구하고 있음을 뜻한다.

즉 살아남으려면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첨단물류시스템을 갖춰 가격을
낮추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IMF체제는 알뜰소비문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유통업체의 변신을 요구하는
유통빅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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