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환란에서 태국은 빼놓을 수 없는 나라다.

금융위기가 처음으로 발생한 진앙지가 태국이다.

위기극복 과정에서는 놀라운 적극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래서 "국제통화기금(IMF)장학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먼저 환란의 상처를 입었지만 착실하게 회복절차를 밟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태국의 환란은 지난해 7월 헤지펀드의 공격에 무릎을 꿇고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서 시작됐다.

무역수지 적자가 많은데도 달러당 25바트의 고정환율을 유지해온 게
화근이었다.

여기에다 외채가 누적되고 부동산 등에 돈이 몰리면서 거대한 거품이
만들어져 있었다.

실력보다 고평가돼있는 바트화는 헤지펀드의 집요한 공격을 받게 된다.

결국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수순을 따랐다.

IMF체제아래서 새로 출범한 추안 리크파이 정부가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종기의 뿌리를 제거하는 작업이었다.

58개 종합금융사중에서 56를 폐쇄했다.

15개 시중은행 가운데 5개를 국유화하거나 국영은행에 합병시켰다.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는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한 금융재편청도 만들었다.

추안정부가 출범한뒤 3개월안에 이뤄진 일이다.

이같은 과감한 조치는 해외투자가들이 태국에 대해 신뢰를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금융기관 폐쇄후 외국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한 게 그 반증이다.

방콕은행과 타이농민은행은 각각 8억5천만달러와 1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시암상업뱅크 등 3개은행은 외국과 합작했다.

또 총리이하 전 각료들이 외국자본 유치를 최대의 정책목표로 내세웠다.

이렇게 형성된 외환보유고는 10월말현재 2백70억달러.

이미 올해말 목표치를 넘어섰다.

외자뿐 아니다.

무역수지도 대폭 개선돼 9월말까지 90억달러의 흑자를 보였다.

올초 달러당 57바트까지 올랐던 환율은 36바트선에서 안정되고 있다.

추안정부는 또 국민을 단합시키고 사기를 끌어올리는 작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타이 추어이 타이(태국은 스스로 돕는다)"를 모토로 전국민이 합심해서
위기를 이겨내자는 캠페인을 일으켰다.

외국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자는 뜻에서 "어메이징 타일랜드"운동도
펴고 있다.

내년에는 2%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외환보유고를 단시일내에 늘리기 위해 긴축과 고금리정책을 채택한 데 따른
부작용을 수습하는 일이다.

올들어서도 1만개 이상의 기업이 쓰러졌다.

그만큼 실업자도 많아졌다.

또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을 자율에 맡기다보니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도
숙제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